작은 쓰담 24.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기
부끄러워도 괜찮은 사이.
실수해도 무너지지 않는 관계.
행복은
그런 안전 위에서
비로소 숨을 쉰다.
어떠한 말을 해도
걱정되지 않은 자리.
말을 꺼내기 전에
한 번 더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이 말을 하면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괜히 후회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미리 단속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런 자리는
‘안전하다’고 표현하기조차 어색하다.
그곳에서는
안전을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도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을 보여도
그렇게까지 부끄럽지 않은 사이.
부끄러움이 사라진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안고 있어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
나는 이제야 알겠다.
행복은
크게 웃는 순간이 아니라
이런 자리에서 조용히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행복을 감정으로 생각하지만
어쩌면 행복은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인지도 모른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한 겹 두 겹 두르던 말과 표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그때 사람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조금 더 가벼워진다.
안전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서 안전해지는 순간도 있다.
서로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로 한 날,
실수를 탓하기보다
사정을 먼저 묻기로 한 날,
그날의 공기는 분명히 달라진다.
나는 요즘 묻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자리가 되어주고 있는지.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자리를 허락하고 있는지.
오늘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로
나를 조금 풀어놓아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