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7. 모호한 경계 속,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기
애매해서.
불확실해서.
내가 그어놓은 것도 아닌 선 앞에 서서
왜 나는 이렇게 모호할까, 자책하던 때가 있었다.
세상은
선을 너무 쉽게 그었다.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이건 잘하는 거고, 저건 못하는 거고.
심지어 누가 더 조용한지, 누가 더 활발한지도
어느샌가 평가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선 안에서 나를 재고 있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이만큼이면 괜찮은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선, 누가 그은 걸까?
그 기준은 정말 ‘옳음’일까?
아니면,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인
무의미한 선입견일 뿐일까?
나는 지금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엔 관심 둘 겨를도 없이,
나만의 호흡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고 있다.
다들 뛰어간다고 해서
내가 걷고 있는 발걸음이 틀린 건 아닐 텐데.
…… 아니, 어쩌면 틀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내 걸음으로 걷기로 했으니까.
조금 느리고,
조금 망설이고,
조금 흐릿한 게 어때서.
그건 단지,
내가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 더 진심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 아닐까.
“그 선, 굳이 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 희미해도, 그것이 지금의 너야.”
“무의미한 선입견에 갇히지 말고, 네 안의 감각을 믿어봐.”
세상은 명확함을 원할지 몰라도
나는 흐릿한 나를
흐릿함이 지닌 다정함으로 지켜주기로 했다.
오늘도 어설프게나마
흐릿한 나를 조용히 껴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