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5. 적당히 그리워하기
우리의 만남엔
처음부터 해피엔딩이란 없었을까?
시작부터 우리는 끝을 몰랐고, 사랑인지 조차 제대로 알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앞질러버렸지.
처음부터 조심스러워야 했는지도 모르고,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너를 바라봤다.
그 따뜻함이 오래오래 계속될 거라 믿어버렸지.
끝이 올 줄 몰랐던 게 아니라
그 끝이 그렇게 갑작스럽고 무서울 줄을 몰랐던 거야.
우리는 시작이 언제인지도 몰랐고
끝날 때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어.
그래서일까.
나는 갑작스레 찾아온 이 이별 앞에 한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미리 준비한 슬픔이 아니었기에
더 깊이 무너졌고, 더 오래 아팠다.
남겨진 나는 그 잔상만 붙잡고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네가 보고 싶지만,
보고 싶다 말할 용기를 더 이상 내지 못하고,
전화기에 우연히, 남아있는
네 목소리를 듣지도 못해.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무너질까 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까 봐,
아무 일 없던 듯 지내는 아니 지금도 그냥 견디고 있는
내가 흔들릴까 봐.
그래서 나는
늘 그 파일을 스치듯 넘겨만 본다.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한 위로니까.
들어버리면,
그 따뜻했던 말투가,
무심히 건넨 안녕이,
오늘 하루를 덜컥 삼켜버릴까 봐.
나는 여전히 너를 기억하고,
너를 아주 조용히,
아주 적당히 그리워하고 있어.
들리지 않게,
보이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내 안 어딘가에서
계속 그렇게.
잊는다는 것,
품는다는 것이
아직도 서툴다.
아픈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때로는 자꾸만 꺼내 보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 기억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내가 웃었던 시간,
내가 사랑했던 흔적도 함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서툴게,
하지만 천천히 배워간다.
잊음과 품음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아가려 애쓰는 나를 바라본다.
그 과정이 힘들고 느려도,
나는 내게 괜찮다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