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No, 나를 지키는 자유

작은 쓰담 4. 나를 위해 단호하기

by 차미레

‘Yes’라는 대답에 길들여져 있었다.

‘No’라는 말은 낯설었고, 마음 한켠에 조용히 숨겨져 있었다.

누군가의 기분이 상할까 봐, 분위기를 망칠까 봐,

무례하게 보일까 봐 조심했다.

그런 조심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싫어도 참는 것이 마치 예의처럼 느껴졌다.


내키지 않은 일도 어느새 내 몫처럼 받아들였다.

억지로 짓던 웃음도 자연스러워졌고,

속으로는 불편해도

‘괜찮아,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까.’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터득했다.


어느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걸까.

왜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 걸까.

왜 나보다 타인의 기분을 먼저 챙기는 걸까.


그 질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조용히 내게 물었다.


“나, 진짜 괜찮은 거야?”


대답은 분명했다.

“아니, 괜찮지 않아!”


그래서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서기,

더 이상 마음이 끌리지 않는 일은 손에서 놓기,

의무감으로 이어오던 관계에 작별을 고하기.


서툴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처음 ‘아니요’를 말해본 그 순간은,

의외로 가볍고 따뜻했다.

나도, 상대도 그 순간을 잘 견뎌냈다.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자유.

그건 결국,

스스로를 온전히 존중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건 나와 맞지 않아요.”

이 단순한 한마디가 내 하루를 얼마나 가볍게 하는지,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걸 다 잘할 필요도,

모두에게 다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내 마음을 기준 삼아,

조금 더 나다운 선택을 해 나가면 된다.


내가 선택한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더는 싫은 일을 견뎌내며 누군가를 위해 나를 증명하지 않는다.


‘Yes’가 만연한 세상 한가운데,

내 안의 ‘No’를 은밀히 피워 올렸다.


오늘도 나를 아끼며

차분히 하나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 작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그걸 하지 않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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