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10. 힘들면 멈춰 서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버지 양관식은 딸 금명이에게 평생 이 말을 해줬다.
“수틀리면 빠꾸.”
그 말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너그러움이 담겨 있었다.
완주하지 않아도 되니,
언제나 돌아올 곳이 있다고 말해주는 평생 버팀목.
세상은 종종 ‘끝까지 버티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포기하지 않는 태도, 끝까지 싸우는 근성.
물론 그것도 아름답다.
어쩌면 가끔은,
조금만 더 버텼다면 정말로 부서졌을지도 모르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땐 물러서야 한다.
멈추고, 돌아가는 것 또한 선택이고, 그 선택엔 분명한 용기가 필요하다.
‘수틀리면 빠꾸’는 단념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쉼표였다.
땅이 거칠면 잠시 다른 길을 택하고, 바람이 너무 세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라는 지혜.
오늘에서야 이 뜻이 내게 왔다.
나는 이제껏 "수틀리면 빠꾸"를 해 본 적이 없다.
끝까지 참고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 믿었으니까.
그게 강한 사람의 모습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때로는 멈추는 게, 돌아서는 게, 나를 지키는 길이라는 걸.
나도 이제는
수틀리면 빠꾸할 거다.
그게 도망이 아니라는 걸,
그게 용기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언젠가 누군가 내게로
수틀려서 빠꾸해 올 수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말없이 안아주는
푸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등 두드리며 말해주고 싶다.
"잘 왔어, 괜찮아. 쉬어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