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을 넘어, 불편함을 감당하는 교사
“교실에서 친절은 미덕일까, 착취일까.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교과서의 친절,
경계를 허무는 교사의 친절.
그 틈에서 교사는 오늘도 다시 서야 한다.”
교과서는 참 친절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질문을 던지고,
힌트를 주며 정답에 다가서게 한다.
때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답을 조용히 건넨다.
그 친절함은 안전하다.
실수하지 않게 해 준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의 생각을 멈추게 한다.
교사의 친절함도 비슷하다.
도와주고, 웃어주고, 이해해 주는 선생님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어긋난다.
‘좋은 선생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이들은 더 많이 요구하고, 더 쉽게 무례해진다.
"그 정도는 선생님이 해주시잖아요."
아이의 말에 순간 움찔했다.
무심코 건넨 말이었겠지만,
그 말속에는 내 친절함에 기대어버린 아이의 마음이 숨어 있었다.
처음에는 웃으며 넘겼다.
비슷한 말이 반복될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스스로 만든 친절의 틀 안에서,
나는 점점 소진되고 있었다.
친절은 때로, 교사의 갑옷을 벗긴다.
‘좋은 선생님’은 화를 내지 않는다.
‘친절한 선생님’은 다 받아준다.
그 믿음 속에서 아이는 경계를 잃고, 교사는 자존감을 잃는다.
하지만 진짜 관계는, 단순한 친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교사는 아이를 편하게만 해줄 수 없다.
때론 ‘아니야’라고 말해야 하고,
때론 ‘그건 네가 해결해야 해’라고 물러나야 한다.
아이에게 불편한 감정을 견디게 하고, 자기감정과 마주하게 해야 한다.
그 불편함 속에서, 아이는 성장한다.
그 긴장감 속에서, 관계는 깊어진다.
친절과 단호함 사이.
나는 아직도 매일 고민한다.
오늘의 친절이 아이에게 힘이 되었을까, 아니면 책임을 빼앗았을까.
내가 건넨 웃음이 위로였을까, 아니면 경계 없는 무관심이었을까.
교실에서 필요한 건,
경계를 지켜주는 친절이고
생각하게 만드는 친절이며
관계를 존중하는 친절이다.
좋은 사람으로 남기보다는, 좋은 어른으로 서는 것.
그것이 내가 지켜야 할 친절의 자리다.
너무 친절한 교과서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너무 친절한 교사는, 무례함마저 허용하게 된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다시 서보려 한다.
친절한 교사이기보다,
불편함을 견디게 돕는 교사이기를.
나는 좋은 사람이기보다
좋은 어른이길, 좋은 교사이길 바란다.
생각을 멈추게 하는 친절이 아니라,
성장을 이끄는 단단한 친절로.
오늘도, 교실이라는 경계 위에서 다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