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해의 수업, 스물다섯 살의 교사

스물다섯 해의 수업이, 스물다섯의 교사를 만났을 때

by 차미레
누군가의 인생 전부였던 시간이,
나에겐 교실에서 흘러간 세월이었다.
스물다섯 해.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쌓은 그 시간은
내가 교사로 살아낸 하나의 인생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시간만큼 살아온
한 신규 교사가 내 옆에 서 있다.


“안녕하세요. 올해 스물다섯 살, 첫 발령받은 ○○초 ○○입니다.”

말끝에 어색한 웃음을 얹은 신규 교사의 인사를 듣던 순간,

나는 문득 오래된 숫자 하나를 떠올렸다.


스물다섯.

그 선생님의 나이도, 나의 교직 경력도 같은 숫자였다.

그 교사가 태어나 교사가 될 때까지,

나는 그 세월만큼 현장에서 수업을 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들어가 방황도 하다가

결국 다시 학교로 돌아와 ‘교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의 시간.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교실에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여러 교실을 옮겨 다니며, 매번 새롭게 맞이하는 교실 앞에 섰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시작하고,

또 그 이름을 마음에 남긴 채 떠나보내는 일의 반복이었다.


스물다섯 해.

스물다섯 번의 새로운 3월이 있었고,

스물다섯 번의 작별이 있었다.

아이들은 매해 다른 얼굴로, 다른 마음으로 내 앞에 섰고,

나는 그들과 함께 교실을 새로 만들어갔다.


처음 교단에 섰던 나는

교사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교사가 끊임없이 ‘배우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실수 속에서 배우고,

아이의 한마디에 멈춰 서서 배우고,

동료 교사의 지친 표정 속에서도, 학부모의 불안한 목소리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수업’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스물다섯 살의 교사를 바라보는 나는

그를 응원하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 시절의 나는 어땠을까.

무엇이 두려웠고, 무엇이 좋았을까.

무엇이 틀렸고, 무엇이 옳았다고 믿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그 시간이 주는 무게만큼

나의 연륜이 현장을 더 나아가게 했기를.

그 바람으로 나는 오늘도 게으를 수가 없다.


경력이라는 이름 아래 안주하지 않기를.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오늘 하루가

내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첫 수업’이기를.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의 교사를 또 마주하게 될 그날에도

나는 오늘처럼 묵묵히, 교실에 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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