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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Jun 25. 2024

의지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22번째 단상 - 의지에 대하여

담배를 끊은 지 일주일이 넘어간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전 애인을 따라 처음 피우게 된 담배가 어느새 6년 넘게 나와 함께 하고 있다. 헤비스모커는 아니었기 때문에 금연이 아주 괴롭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에 두세 번은 강한 충동이 찾아온다. 만남보다 이별이 더 어렵다는 말은 전 애인보다 담배에 더 어울리는 말 같다.


종종 금연을 시도 했지만, 종종 실패했다. 연초보다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말에 액상형 전자담배로 교체하기도 했고, 이마저도 중독성이 너무 강해 아예 기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오른쪽 바지 주머니엔 담배와 라이터가 자리했고, 담배에 불을 붙일 때마다 ‘아, 끊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연거푸 떠올랐다. 덕분에 내 담배는 항상 맛이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가까운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 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쭈뼛쭈뼛 들어간 금연상담센터에선 상담사가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주었고, 니코틴 껌을 포함한 금연보조제를 잔뜩 선물 받았다. ‘처음 2주가 가장 중요해요. 2주만 버티면 한결 수월해질 거예요. 너무 잘 찾아오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관심과 응원에 어찌할 바를 몰라 도망치듯 보건소를 빠져나왔지만, 괜스레 뿌듯했다. 담배 끊는 게 뭐 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익숙했던 무언가를 끊어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지금까지 보건소와 같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는 내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 의지를 믿지 않는다. 아니, 의지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지 않는다.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다는 불교의 가르침 ‘일체유심조’는 나의 삶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꺾인 마음에 대한 자책만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의지가 꺾일 때마다 자책은 늘어나고 (...)


금연뿐만이 아니다. 다이어트,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수면, 도파민 디톡스 등 익숙했던 무언가를 통제해야 하는 삶은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다는 착각,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의지만 있다면 뭐든 다 이룰 수 있다는 착각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이를 과대평가하여 수많은 오해와 실망, 그리고 좌절을 선사한다.


나는 개인의 의지가 나약하기 때문에 다짐했던 바를 쉽게 포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행동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살을 빼기 위해선 운동을 해야 하고, 담배를 끊기 위해선 담배를 손에 쥐지 않아야 한다. 의지는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행동은 의지를 만들어낸다. 즉, 인간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의지가 아닌 실재하는 행동이다.

하고 싶다면 일단 합시다.


사실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었을 때, 다른 흡연자들처럼 중대한 사유나 동기는 없었다. 그러나 나이키의 대표적인 슬로건 “JUST DO IT”처럼, 마음먹었으면 일단 하자는 마음으로 보건소를 찾아갔다. 해야 할 이유를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떠오르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고작 담배 하나 끊으려고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보건소에 가는 내 모습이 우습지만 앞으로도 계속 보건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사소한 행동이 굳건한 의지로 이어져 언젠가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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