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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Jul 11. 2024

작가로 성공하는 법『케이크와 맥주』

[소설]『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민음사,2021)


작가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것?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 강연과 북토크로 얼굴을 알리는 것?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작가에게 성공이란 개념은 그 어떠한 직업보다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숫자가 아닌 글자를 주무기로 삼는 직업이다 보니 실력을 순위로 매길 수 없다. 또한, 같은 작가라고 하더라도 워낙 분야가 다양하고, 추구하는 바도 저마다 다르니 성공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삶 역시 개인마다 성공의 의미가 다르지 않은가. 글이랑 삶은 참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서머싯 몸’은 그의 작품 『케이크와 맥주』에서 성공한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소설로 풀어낸다. 그럭저럭 성공한 작가 ‘어셴든’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의 삐딱한 시각을 통해 1930년대 상류계층과 문단에 대한 풍자와 성공한 작가가 지녀야 할 덕목을 제시한다. ‘케이크와 맥주’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에선 물질적 쾌락과 사회적 지위 등의 외적 요인을 중시한다.


[소설]『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민음사,2021)


‘어셴든’의 동료 작가 ‘로이’는 당시 저명한 작가 ‘드리필드’의 전기를 집필하게 되며, 과거 그와 같은 동네에 살았던 어셴든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셴든은 청소년기 자유분방했던 드리필드와 그의 첫 번째 부인 ‘로지’를 떠올리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삶의 진정한 유희와 성공의 이면성에 대해 생각한다.


드리필드의 첫 번째 부인인 로지는 쾌락과 욕망을 의미하는 ‘케이크와 맥주’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드리필드와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인물 ‘조지’와 사랑을 나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어셴든, 부유한 다이아몬드 상인 ‘카이퍼’, 그녀를 흠모하는 듯한 다수의 남성과도 함께 긴 시간을 보낸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당시 사회에서 자유에 대한 욕망을 마음껏 표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로지가 어셴든에게 내뱉은 말은 100년 후에 존재하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통용되는 말이다.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P.224



책을 읽으며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바로 상류사회와 신사계층에 대한 풍자였다. 물론 이 책이 대략 1세기 전에 쓰인 고전문학이기 때문에 현대의 가치관과 충동할 수밖에 없음은 감안했지만, 고귀한 태생과 천박한 신분을 운운하는 인물들의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진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블랙스터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구시대적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드리필드의 모습이 무척 멋있게 느껴졌다. 신분이 불분명하고, 타 지역에서 이주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와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지만, 드리필드는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간다. 아내가 돌연 도망치고, 병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는 작가라는 본분에 맞게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위대한 작가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어셴든이었지만, 외부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 나는 그가 충분히 성공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평론가는 형편없는 작가에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고 세상은 전혀 가치 없는 자에게 열광할 수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오래가지는 못한다. 세상의 어떤 작가도 상당한 재능 없이 에드워드 드리필드처럼 오랫동안 대중을 사로잡기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P.138



‘위대한 작가는 성공을 경계하고, 본인의 개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서머싯 몸의 입장에서도 드리필드는 충분히 성공한 작가로 보인다. 잘 팔리는 글과 처세술로 유명세를 얻은 ‘로이’와, 뜰 것 같은 작가만을 보필하는 ‘트래퍼드 부인’과는 다른 차원의 성공이다. 알맹이 없는 상업적인 글과 트렌드에 맞춰 찍어내는 글로 성공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내겐 그것들이 글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속성과 개성을 성공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 결국 위대한 작가는 자신만의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인지하고, 그 열망에 대한 믿음과 함께 꾸준히 써 내려가야 한다. 사실 1년 넘게 이 플랫폼에서 글을 쓰며, 어떤 주제와 글이 조회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썼던 글 중 메인에 오르고 조회수가 높았던 글은 내가 쓰고 싶은 방향이 아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로 했고, 조회수가 낮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꾸준히 쓰다 보니 내 스타일을 좋아하는 구독자분들이 조금씩 생겨났고, ‘내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처음 글을 쓰기로 했던 그 마음을 붙잡을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글을 쭉 쓸 생각이다. 물론 유명한 작가가 되거나 큰돈을 벌면 좋겠지만, 이를 목표로 삼진 않을 것 같다. 글을 쓰며 행복한 이 마음 그대로 남은 인생을 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성공한 삶이 아닐까. 오늘도 글을 쓰며 인생의 한 쪽을 채운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작가가 작품을 쓰다 말고 자살한 사례는 역사상 찾아볼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고난이 닥쳐도 미완성인 작품을 후세에 남기고 싶지는 않은 법이거든요."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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