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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Nov 05. 2024

OO 씨

' OO 씨, 잘 잤어요?'

아침에 깨어 예상치 못했던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안부였다. 

모르는 사이 미소를 지었다.


.


몇 마디를 나눈 것뿐인데,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꾸며지지 않은 글자 모양으로

사소하고 다정한 관심을 주고받는다. 


.


'OO 씨는 오늘 뭐 하세요?'

'OO 씨는 점심 뭐 드셨어요?'

'OO 씨 평소 주말엔 뭐 하세요?'

(...)


모든 물음의 시작에 내 이름이 있었다.


자주 불러 입에 달라붙게 하려고 일부러 더 부른다며

자신의 이름도 자주 불러달라고 답한다. 


.


내가 가진 커다란 상상 주머니 안에 그 사람을 담아보았다.

온통 나의 무지로만 그리는 시간.

 

만남으로 더욱 좋겠지만

만남 전에만 누릴 수 있는 열흘의 감정이 있다.

 

밤이 찾아온 그 사람에게 

'00 씨 오늘 잘 자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KlasseW| Fujifilm 200,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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