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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Nov 18. 2024

시작

마음속 어딘가에 묻혀 있던 지난 기억을 꺼내 적으며,

정확히 한 친구를 떠나보냈다. 내 시간에 대한 애도였다.


.


이후 시간이 아주 조금 흘렀다.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한 남자가 선물처럼 들어왔다.


그동안 스쳐 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던

마음 한 편의 모호한 불편함은,

그와 나누는 대화에선 찾을 수 없었다.


잠깐의 소식을 주고받던 14일의 그 어느 순간에도 마음이 애매한 적이 없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나이나 직업도 몰랐다.


.


서로를 기다렸던 날이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내

서둘러 마주하고픈 마음과

기대에서 비롯될 두려움 사이 위를 서성인다.


도착한 짙은 공간.

그를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을 보고 있던 그에게 시선을 붙잡힌 순간,

그 시선 위로 사랑이 스친다.


한동안 그의 눈을 바로보지 못했다.


Rollei35 | Fujifilm 200,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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