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어딘가에 묻혀 있던 지난 기억을 꺼내 적으며,
정확히 한 친구를 떠나보냈다. 내 시간에 대한 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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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간이 아주 조금 흘렀다.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한 남자가 선물처럼 들어왔다.
그동안 스쳐 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던
마음 한 편의 모호한 불편함은,
그와 나누는 대화에선 찾을 수 없었다.
잠깐의 소식을 주고받던 14일의 그 어느 순간에도 마음이 애매한 적이 없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나이나 직업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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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기다렸던 날이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내
서둘러 마주하고픈 마음과
기대에서 비롯될 두려움 사이 위를 서성인다.
도착한 짙은 공간.
그를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을 보고 있던 그에게 시선을 붙잡힌 순간,
그 시선 위로 사랑이 스친다.
한동안 그의 눈을 바로보지 못했다.
Rollei35 | Fujifilm 200, 3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