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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Nov 19. 2024

그 밤의 상상

1.  

오랜만에 본다.

안경이 잘 어울리는 남자이다.


비가 와서 머리가 엉망이에요. 저 괜찮나요. 머리카락이..

- 관능적이에요.


제가 어디 앉게 될지 모르니 어느 각도에서도 예뻐 보이고 싶어 머리를 많이 만졌어요.

- 예뻐요.




2.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아주 조금씩 의자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의 시선이 내 입술에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시선을 따라 옮긴다.


- 입술이 예쁘다 생각했는데 립스틱 때문인가 했어요. 근데 지워졌는데도 예쁘더라고요.




3.

혼자이기 좋다.

그래도 다음엔 둘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가 그냥 커피를 좋아하면 좋겠다.

책을 한 권 들고 아무 말 없이 함께 책을 읽어도 좋겠다.

각자의 글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서로가 더 기대가 되는 시간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겨울 주변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놓여 있으면 좋겠다.

하나씩 나눠 입에 물고 걸어보면 좋겠다.


그런 상상을 해보는 좋은 밤이다.


며칠 전의 상상이 나에게 도착했다.

망각이 데려갈 수 없는 잊기 힘든 밤이 만들어졌다.



Rollei35 | Kodak ColorPlus 200,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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