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하다.
자기 사랑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나에게는 약간 이상한 변화들이 생겨났다.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도 없던 나인데
내가 너무 소중해지고 나를 좀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싶은 욕심이 일어나면서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사랑이 되면 모든 것이 평화롭고
나의 모든 모습을 받아들이기 쉬워질 줄 알았는데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나를 대하는 모습을 발견하다니.
과거를 사는 사람은 후회하는 사람이고
미래를 사는 사람은 걱정하는 사람이고
현재를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이
지금 상황에 충실한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
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지만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 하염없이 흔들리고 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지고 내 의식의 흐름은 이미 겉잡을 수 없는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 있다.
지난 주말,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에
내가 특정한 인물들에 대한 험담을 계속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걔의 이런 점이 싫고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그 사람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바로 '정신승리'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사실 그렇게 동의가 안되는것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이지만
나는 하지 못하고 그는 했기에 질투의 감정이 올라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의 모든 모습을 다 받아들이고 수용할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편식을 하고 있구나.
특정한 틀에 나를 가두고
나는 이러면 안돼, 저러면 안돼.
이렇게 또 스스로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깊은 욕구를 스스로 드러내는 일에 아직도 서툴고
그것을 외면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내 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을 여전히 신경 쓰며 하루하루 감추고 애쓰며 살아가는 나를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진짜 잘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은 사랑이어야 했다는 것을.
내 결핍의 뿌리는 언제나 사랑이었고 그것은 깊은 외로움으로 직결되었다.
외로움 달래기 위해 사람들이랑 연결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지만
타인민감성이 높고 자신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뜨뜻미지근한 온도와
보이지 않는 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들을 보면
괜히 화가 나고 알 수 없는 서러움과 분노가 올라온다.
말은 나는 혼자가 편하고 휴식을 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누구보다 함께하고 싶은 것 같다.
그들이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려 존재하는 존재가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런 존재로 있어주지 않으면 끝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이 올라온다.
사실 그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따뜻한 일인데-
서로를 존재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 결핍을 채워 줄 어떤 수단으로 그들을 여기기 시작하니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왜곡된 신념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미워하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내가 맺는 관계는 언제나 한계가 있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너무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 외로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사실 외로움의 영역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곁에 누가 있어도 없어도 인간은 누구나 다 외롭고
각자에게 주어진 외로움의 무게는 그냥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
외롭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내가 얻게 된 것도 있고
그렇게 애를 써도 어쨌든 또 외로움은 올 것이고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간극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자주 내가 했던 실수와 잘못된 선택들에 대해 뒤를 돌아보고 반성하곤 한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는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내가 아닌 내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터무니 없는 미래를 상상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지금 여기에 서있는 내가 진짜 나이며
여기서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마음으로
지금의 나를 안아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에 대한 깊은 존중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