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바쁘게 현생을 살아가느라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갈 준비를 했고
런던에 도착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이 있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혼자 지내는 해외생활이 두렵기도 했고 우리 집 형편상 유학은 꿈도 못 꿨기에
그건 그저 ‘로망’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렇게 마음 한구석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그 로망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나를 흔들었고
결국 나는 그걸 현실로 만들어냈다.
처음엔, 여기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 혼자 이걸 해냈다니.
출국을 준비하던 3월은 매일매일이 벅찰 만큼 좋았고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3월의 마지막 날,
나는 혼자 비행기에 올라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
가기 직전까지 실감이 하나도 안나
비행기 안에서 꺼억꺼억 울 줄 알았는데
옆자리 승객이랑 수다떠느라 눈물 한 방울을 흘리지 않았다.
그렇게 15시간 넘게 날아간 영국은
소문과는 달리 날씨가 매일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마치 이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게 신기하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다 하나씩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해 나가고
조금 익숙해졌나 싶은 순간
내가 살아온 환경과 너무 다른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제서야,
“아… 나 지금 버티고 있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여행 때와는 다르게 낭만적이지 않았고
거리 곳곳엔 홈리스들과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비싼 지하철은 오래되고 더럽고 소음은 심각했고
다양한 인종만큼 다양한 언어와 외모가 나를 더욱 깊은 혼란에 빠뜨렸다.
외식 한 번 하면 잔고가 걱정될 만큼 물가는 높고
“그럼 집에서 해먹자” 싶어도
뭐 하나 익숙한 게 없으니
그마저도 하나의 ‘미션’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 ‘사는 것’ 자체가 도전처럼 느껴지다 보니
한 달 만에 나는 결국 지쳐버렸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여기서 사람들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이력서를 아무리 보내도 대부분 떨어지고
그나마 본 몇 번의 인터뷰 합격 소식은 없다.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영어를 덜 쓰고 있는 기분이고
요즘은 내가 도대체 왜 여기에 온 건지
계속해서 되묻게 된다.
그러다 보니 너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요즘이다.
어젯밤엔 창문을 닫고 누웠는데
가슴 깊숙한 데서부터 답답함이 올라왔다,
아 이 익숙한 통증.
이 통증은 내가 불안하거나 두려울 때 늘 나타나는 증상이라
몸이 보내는 신호에 스스로 더 걱정이 되었다.
로망이 현실이 될 때는
그만큼의 대가도 따르는구나
며칠 만에 오늘은 햇살이 좋아서
도서관에 와서 이력서도 쓰고 이렇게 글도 써보고 있다.
어제는 잠도 한숨 못 자고
몸 상태도 안 좋아서 약을 먹었고
어둡고 추운 방에서 혼자 하루를 버티다가
결국 아침엔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엔 지나갈 거란 걸 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면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들이 더 선명해질 거란 것도.
하지만 지금 이 현실은, 참 가혹하네.
과연 나는 무엇때문에 여기에서 버티고 있는 걸까?
내가 말한 기간과 성과를 다 채우고 돌아가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못할까봐 두려운 걸까?
그걸 이루지 못한 나는 어떤데?
방향을 잃은 로망 실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