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생각보다 괜찮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만 만나다가
여기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각자의 문화가 이렇게 다르구나를 느끼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도 지나치게 겸손(?)한 편이었다.
미친 듯이 내 자랑을 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평가할까가 두려워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느 순간
어색한 순간에 확 터져버려 관계를 망치곤 했지.
편안한 관계에서는 올라오는 감정이나 욕구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곤 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관계에서는 그냥 내 입을 꾹 다물고 나를 숨기고 있었다.
그게 겸손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평가를 많이 하고 겸손하지 않은 나였다.
여기서는 영어가 가장 큰 발목이 잡히다 보니
내가 실제로 너무 못한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겸손하고 싶지 않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원어민들 틈에서 저절로 겸손해진다.
겸손은 나의 자신감을 하락시키고
처음 다짐했던 굳은 동기부여마저도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여기는 너무나도 다양한 영어가 존재하는데
본인의 영어가 통할 거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떵떵거리며 잘 산다.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도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
이걸 볼 때 나는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든다.
나는 내 영어의 장벽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쟤네들은 모국어 또는 제2언어라도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는데
언어도 기세인데
나도 이걸 한번 꺾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원어민들이 슬랭을 섞어가며 빠르게 말할 때는
아예 맥락조차 잡지 못해서
어색하고 민망한 순간들이 많고
고객이 원하는 것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할 때도 많아 스스로에 대해 실망이 크다.
나도 좀
주절주절
길게 길게
편안하게 내 말을 다하고 싶은데
한국어로 했으면 나도 세련되고 정돈된 언어로 잘 전달할 수 있는데
내가 하는 문장들은 너무 짧고 단순한 것들이어서
그 언어에 내가 갇힌 느낌이다.
나는 원래 더 잘 말할 수 있고 더 나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이다 보니
내가 그렇게 보여지는 것도 힘들고
지금 당장 확 변화할 수 없는 거에 목매달다 보니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다.
맥주나 사들고
공원 가서 돗자리나 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