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앞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푸는 창문이 된다
『상한 감정의 치유』라는 책 제목 자체에서부터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감정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두 번째 감정이 왜 상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이 상하고도 금방 회복되는데 또 어떤 사람은 감정이 상해서 평생을 고생해야 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며, 세 번째 그 치유는 무엇일까 하는 것을 이 책은 제목이 스스로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기독교 책이니까 물론 성경적 해석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수필 같기도 하고 증례보고 같기도 합니다.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알려면, 우선 인간의 의식작용이 어떠한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간의 의식작용을 옛날부터 서양에서는 이성, 감성, 의지라는 세 측면으로 보아왔습니다. 동양식으로 말하면 지(知)ㆍ정(情)ㆍ의(意)로 표현되고 이를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항상 이상으로 추구해왔던 진ㆍ선ㆍ미에 해당됩니다. 또한 감정이란 의식작용은 독단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능력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태를 인식하고 나서야 감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감정에는 흔히들 말하는 희로애락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보면 대개는 우리의 신체 작용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쁘든지 분노하든지 슬프든지 그런 감정이 있을 때는 우리의 신체적인 표현으로, 웃고, 울고, 혹은 일그러진 표정을 짓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의 신체에서는 자율신경계의 작용에 의해 심박동 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올라가고 혹은 숨을 가쁘게 쉬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의 표현은 사람마다 개인 차이는 있습니다. 감정을 잘 나타낼 때 우리는 그 사람은 감정이 풍부하다고 말하고 표정을 잘 짓지 않으면 자기 억제적이고 근엄하다고까지 말하곤 합니다.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감정을 상하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누구는 어떤 감정이 상하면 그것이 그의 일상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가 되고 혹은 평생을 고생하면서 거기에 얽매이어서 괴로워하는 것일까요. 또 어떤 사람은 그 감정을 툭툭 털고 다시 자기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까요.
생명 자체는 호메오스타시스(恒常性)이라는 작용이 있습니다. 외부환경과 생물체내의 변화에 대응하여 생물체내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여름이면 땀구멍을 열어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고, 겨울이면 땀구멍을 닫고 몸을 움츠려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촛점이 되는 것은 감정이 상하여 항상성을 유지 못하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그것의 원인으로 말하는 것이 낮은 자존감(Low self-esteem)입니다. 자존감이란 사랑받고 있다는 소속감과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가치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건전한 자화상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내적으로는 유전적으로, 혹은 자신의 외부 환경에 의해 이러한 것이 잘 건축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내적인 원인이든 외적인 원인이든 살면서 상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것을 잘 치유할 것인가입니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평상심을 유지한다고 하는 차원에서 스스로의 극기를 통해, 혹은 정신 수련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유교가 그렇고 불교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들과는 상한 감정의 치유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기를, 우리가 단순히 구원받았다, 성령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상한 감정의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내 스스로 상한 감정 등 나의 모든 문제를 그리스도 예수 앞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상한 감정의 체험은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미 몸소 겪으셨던 것입니다. 따라서 십자가 앞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푸는 창문이 됩니다. 예수께서 온갖 슬픔과 분노와 고통의 감정을 죄없이 당신이 당하셨습니다. 그 예수 앞에서 문제투성이인 내가 용서를 받았고, 값없이 은혜를 입었고, 한없는 사랑을 받았다는 체험 없이는 그 상한 감정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체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종교체험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나의 지성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진정한 체험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교제인 기도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자신이 하는 기도 가운데 자신의 몸이 실제로 체험하여 그것이 나에게 하나의 절절한 경험이 되어야 하고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나 자신의 집착에서 벗어나서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라는 말씀 같이 내 안에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상한 감정의 치유의 길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가르침을 이 책은 말하여 줍니다. 어떠한 신앙체험도 우리를 하룻밤 사이에 변화시켜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그것을 계속 처리하는 가운데 쌓여가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거듭난다고 해서 우리의 기본적인 성품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직 훈련과 연단이 있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제가 얻은 가장 귀한 부분은 제가 용서와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는 체험 없이는 다른 사람에게 결코 용서와 은혜와 사랑을 줄 수 없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