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올해 여름 방학에 요리를 시작해 그 기록들을 매주 남기다 보니 어느새 개강을 하고, 시간이 흘러 이번 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나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공주님으로 표현했다. 한마디로 이건 욕이었던 셈이다. 제 손으로 무엇하나 할 줄 몰랐던, 나는 서툰 어른 아이였을 뿐이니까. 그러다, 우연히 요리를 시작했다. 매일 뭘 사 먹을지 고민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에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싫어했던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하기 이전에는 접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막막한 마음에 그저 거부감이 들었다. 자취하기 이전에 엄마가 요리를 하는 걸 보고서는 '엄마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이런 생각으로 어떻게든 요리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가며 새로운 걸 접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취를 하다 보니 사 먹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답답한 마음에 시작해 본 요리였는데...
이제는 비로소 이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자취는 내 한 몸을 나 스스로 온전히 가꿔나가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았다. 나에게 자취는 매일이 우여곡절이었다. 신경 쓰며 살아본 적 없던 돈을 아껴가며, 가계부도 써 내려갔고 경제관념이 생겼다.
마트만 가면 1+1이라는 글자에, 세일이라는 글자에 눈이돌아갔고. 한 달의 내 생활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돈이라는 건 빛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걸 두 눈으로 보고서 무엇보다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대학생의 신분이라 버는 돈은 없지만돈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을 소비하며 깨달았다.
요리를 하며 깨달았던 건,
나도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컸다.그리고 세상에 못하는 건 없다. 도전해보지도 않고, 나는 못해! 하고 딱 단정 짓고, 지나치지 않는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취를 하며 살아가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요리의 의미는 다르다는 걸 어느 날 깨달았다.
그저 생존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던 나와는 다른 사람들도 이 세상에 많다는 걸 특히나 나는 흑백요리사를 보며 깨달았다. 요리에 스토리를 담고, 요리로 무언가 메시지를 담아내는 다양한 셰프들이 있었고 특히나 나는 에드워드 리의 요리가 참 인상 깊었다. 그는 요리하는 셰프를 넘어서 아티스트였다. 자신의 정체성을 음식에 부여하고 많은 성공을 이룬 나이에도 끊임없이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드워드의 말은,
"심사위원에게 가는 길은 길었어요. 가끔은 잠깐만, 돌아서서 뭔가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하지만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하죠. 해봅시다."
정말 인생을 요리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0대의 나이에도, 저렇게 많은 성공을 이루고도 자신의 요리에서 무언가를 고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애송이인 나와 같았다. 하지만, 한번 걷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그 강단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저 말이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이야기인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이 두려운 어른아이인 내게 해주는 말인 것도 같았다.
((꼭 읽어주세요♡))
감사했던 독자님들께...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강박관념이 강한 제가, 요리는 제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아주 쉽게 이 글을 고민 없이 써 내려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깊은 제 이야기가 담겨있는 글이라면 수도 없이 자체검열 하다 글을 발행해보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이 초반엔 우연히 1위를 지킨 날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힘을 뺀 글이 잘되나 싶기도 하고, 이 글이 대성하는 거 아니냐며 설레발치던 나날도 있었습니다. 롤러코스터 타듯 어떤 글은 대단히 많은 분들이 읽었고, 반면에 어떤 글은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만.
참 감사했던 건 이 글을 쓰기 전에 0명에서 시작했던 구독자가 40이라는 숫자까지 늘었다는 겁니다. 누군가는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브런치에 올린 첫 글이었고 수치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글이기에 저에게는 참 소중합니다. 그리고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올린 19개의 글... 그 가운데 매번 매주 제 글을 방문해 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익숙한 필명을 매주 마주해서 어느새 제가 외우게 되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더라고요. 늘 내적 환호를 했고 어느새 내적 친밀감까지 생기더라고요.
다시 2학기 개강을 하고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 학교를 오가는 지하철에서 글을 쓰는 날들이 많아지며 어느새 포기하고도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매 회차마다 손이 많이 갔습니다. 그림을 그려본 적 없던 제가 매 화 표지를 태블릿 손그림으로 직접 그려 만들어냈고, 요리 과정을 내내 사진으로 남겼고, 레시피를 잊어버리지 않게 요리할 때마다 바로바로 기록에 남기는 등 많은 작업을 해야 했거든요.
하지만, 매주 방문해 주셨던 감사한 모든 분들... 덕분에 제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서 이십 대 초반의 청춘을 지나고 있는 서툰 저의 미약한 날갯짓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