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회 구조를 이해하려면 카스트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카스트제도를 지지해주는 것이 윤회 사상이고, 윤회 사상을 지지하는 것이 업보 사상이다. 흔한 표현대로라면 팔자 따라 삶을 사는 것이다. 윤회 사상을 따라 보면 현생은 전생의 업보대로 얻은 것이고 내생은 현생의 업보가 결정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생에 나에게 주어진 직업과 일의 충실한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원칙이 된다.
이것을 장사꾼에게 적용하면 장사꾼에게 있어서 제일 되는 원칙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이것은 정직이나 신용 혹은 기업 윤리보다 우선시 된다. 인도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시크교도들이다. 시크교는 교리적으로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중간에 있지만 무엇보다도 심판에 대한 이해가 있어서 나름 선과 정직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들조차도 시크교도가 운영하는 상점을 보다 신뢰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대형 쇼핑몰들이 대도시에 들어서면서 정찰제가 운영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도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해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도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 혹은 다른 가게에서 같은 물건이 내가 산 가격보다 10분의 1 정도로 팔린다 하더라고 이미 구매한 물건을 반품하기는 어렵다. 거래가 이미 끝났으니 말이다. 이 즈음되면 인도 장사꾼들에게 "폭리"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장사 능력을 보여주는 자랑거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러한 폭리를 꿈꾸고 하루를 시작하니 약간의 마진을 남기고 물건을 팔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간혹 '너 없어도 나 장사할 수 있어, 싫으면 말어!'식의 배짱을 보이는 가게 주인들을 보며, '땀 흘리는 서비스업'으로서의 장사보다는 배팅을 즐기는 도박의 모습을 떠올릴 때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