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뉴스를 읽는 것이 주된 일이 되고 그중에서도 정치에 모든 관심을 쏟는 나이가 되었다. 어떤 것이 바른 정치일까? 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과 어느 후보를 뽑아야 할까? 이런 질문을 갖고 성경을 읽다 보니 이전에 못 보던 것들이 보인다. 솔로몬 왕의 정치가 그것이다. 구약성경의 열왕기상 3장과 4장에 나오는 솔로몬의 이야기는 기독교인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 혹은 "솔로몬의 지혜"로 일컬어지는 사건이 3장 16-28절에 나온다. 두 여인이 한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이 아이를 둘로 잘라 나누라고 했다. 그러자 친엄마는 본인이 가지지 않아도 좋으니 아이를 살려달라 했고 가짜 엄마는 좋다며 아이를 잘라서 나눠갖게 해달라고 했다. 이로서 CCTV도 없던 시대에 솔로몬은 참과 거짓을 구별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3장과 4장의 전체 맥락에서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3장 4-15절에서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리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소원이 뭐냐고 묻자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3장 9절)라고 답한다. 이처럼 장수나 부 혹은 원수 갚는 것을 구하지 않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11절) 구한 솔로몬을 하나님께서 기특하게 여기셔서 지혜뿐만 아니라 부귀와 영광도 약속하신다. 이러한 약속에 이어서 곧바로 나오는 사건이 진짜 엄마와 거짓 엄마 재판이다(3장 16~28절). 그러므로 이 사건은 솔로몬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실현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28절에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로 끝난다. 이어서 4장은 솔로몬이 어떻게 정치(통치)를 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4장 1절~19절은 솔로몬이 어떤 사람들을 어떤 위치에 중용했는지를 말하고 그 결과 나라가 얼마나 부강 해졌는가를 20~28절에서 말한다. 그리고는 다시 솔로몬의 지혜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설명하면서 끝을 맺는다(4장 29-34절).
애초부터 솔로몬이 구한 지혜는 통치를 위한 지혜였다. 하나님의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듣는 마음"이 필요하고 그 듣는 마음을 하나님께서는 "지혜"라고 일컬으셨다. 그리고 그 지혜로 솔로몬이 통치 혹은 정치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 재판 속에는 솔로몬의 지혜의 핵심과 정치 원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솔로몬이 재판에서 염두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그의 정치는 무엇을 원칙으로 했는가? 그것은 바로 생명이었다. 생명에 대한 태도를 보면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다. 생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지혜이고 정치다. 생명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권리도 내려놓는 사람이 진짜 지도자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생명도 경시하는 사람은 가짜 지도자이다. 예수님께서 우리 생명을 위해서 본인의 생명을 내놓는 참 왕의 모습을 보이시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니 열왕기상 1~2장에서 보이는 피비린내 나는 솔로몬의 역사는 5장부터 나오지 않는다. 그는 전쟁이 없이도 통치를 했으며 평화로도 나라를 가장 부강하게 만들었다. 평화가 경제이고 평화로 나라가 부강하게 될 수 있다는 정치 원리는 우리나라에게 더더욱 필요한 원리다. 진정한 지도자(리더)는 생명을 가장 우선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분리되어 나눠지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이다. 분리는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혹 자신으로 인하여 공동체가 분리라도 될라 치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그 공동체를 지키는 사람이다. 내 것이 아니어도 좋다. 내 위치가 사라져도 좋다. 이 공동체만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이러한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을 교회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