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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식 Jul 04. 2023

설교 본문 정하기

열린교회에서 사역하던 시절 은사이신 조병수교수님께서 임시당회장으로 계시면서 1년 동안 매주일 설교를 하셨다. 신학대학원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때때로 채플시간에 설교를 들었지만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1년간 설교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자 배움이었다. 그때 내가 배운 귀한 것들 중에 하나는 설교 본문을 정하는 것이다.

   교수님은 성경 66권 각권에서 한 본문씩을 정해서 설교를 하셨다. 창세기부터 시작을 하셨는데 그러한 시도가 내게는 새로웠다. 보통 설교를 주제설교와 강해설교로 나눈다. 나는 예배의 성격과 목적 그리고 청중에 따라 그 방법을 선택한다. 두 설교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만 살펴보자면 주제설교는 설교본문을 정하는 것이 상당히 인위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설교자가 말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성경본문을 정한다는 이미지를 주곤 한다. 반면에 강해 설교는 성경에서 한 권을 선택하여 차례대로 설교를 해 나가니 그러한 오해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강해 설교의 약점은 성경 한 권의 책을 너무 오랫동안 설교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 목사님의 사도행전 설교집을 보며 읽기도 전에 질렸다. 그분은 사도행전만 4년 이상을 설교하셨다. 물론 주일오후예배,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 그리고 새벽기도회 등에서 다른 책으로 설교 했겠으나 주일설교의 비중은 다른 기타 예배의 설교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 크다. 혹 주일에만 교회에 나와서 오전 예배만 드리고 가는 성도는 4년 내내 사도행전만 듣고 간 것이다. 물론 그분은 사도행전을 성경의 다른 책들과 연관지어 설교했지만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성도들이 성경을 편식하게 만든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이전에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1년여 동안 설교하시면서 성경 각 권에서 한 본문을 택하시는 시도는 나에게는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섬기는 소금교회는 예배가 주일예배 한 번 밖에 없다. 성도들이 사는 곳이 예배당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주중에 모임을 갖기가 어려우니 주중 모임은 온라인으로 성경산책이라는 이름으로 갖는다. 성경산책에서는 성경 한 권을 정하고 모임 때 한 두 장씩을 읽으면서 내용파악도 하고 묵상나눔도 하고 교제도 한다. 그러니 나에게는 당분간 성도 전체를 대상으로 설교하는 기회가 일주일에 한 번 뿐이다. 기도처로서 준비하던 시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3년이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 사이에 책별로는 고린도후서, 신명기, 야고보서를 설교했고 지금은 누가복음을 설교한다. 한 책이 끝나고 나서 다른 책으로 넘어가지 전에 가정에 대한 설교와 교회에 대한 설교를 시리즈로 한 달씩 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여러 권의 책을 설교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해당 책의 한 장씩을 한 주에 설교한다는 것이다. 물론 설교 시간에 성경 한 장 전체를 다 다루지는 않는다. 그 한 장에서 주요 본문으로 한 단락을 선택하고 그 본문을 중심으로 설교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해당 단락과 전후 단락의 맥락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 장 전체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는 효과가 있다. 나는 소금교회를 시작하면서 10년 동안 사역을 하겠다고 성도들과 약속했다. 그리고 그 10년 동안 나 자신을 포함해서 성도들 전체가 성경 66권의 풍성함을 맛보게 하고 싶다. 이 속도로도 여전히 다루지 못하는 책들이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성도들이 편식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설교 본문 설정은 새 교회를 시작하며 초보 담임목사로 매 주일 설교를 하는 나에게도 유익이 크다. 담임목사로서 매주일 설교하는 것은 선교사로서 간헐적으로 초청받아 설교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동일한 청중에게 몇 년이고 설교하는 것이니 속된 말로 밑천이 금방 드러난다. 게다가 30분 정도의 설교를 매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너무 적은 본문을 정하지 않고 한 장을 담아내는 설교를 하는 것은 유용하다. 해당 본문의 배경과 맥락을 설명하다보면 10분이 채워지고 해당 단락을 자세히 설명하다보면 다시 10분이 채워진다. 그리고 나머지 10분 동안은 적용점을 나눈다. 이 세 가지를 때로는 순차적으로 때로는 혼합해서 설교에 배정하면 30분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여기에 보다 폭넓은 본문을 공부하며 메시지를 찾는 것은 적은 분량의 본문에서 메시지를 찾는 것보다 수월한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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