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솔로 차박여행 둘째날

서울로 돌아오기

by 맘디터

양양에 도착하고 나서 내가 밤에 일찍 잠들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설악해변은 적당한 어둠과 가로등, 등대, 밤하늘의 별까지 어우러지는 곳이었고,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보니 그때가 밤 11시였습니다.

핸드폰도 안 하고, TV나 책을 보는 것도 아닌데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그렇게 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아이 셋을 낳은 아줌마이지만 애착배개와 애착잠옷이 있어서 차에서 잠옷을 갈아입고 나의 애착배개를 끌어안고 누웠습니다. 바로 잠든 것 같은데 밤새 풍랑주의보가 내렸는지 온 만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나중에는 차까지 흔들리는데 차에게는 미안하지만 얼마나 아늑한지 더욱 꿀잠을 잤습니다. 바람을 덮고 자는 느낌이었습니다.


남편과 차박 또는 캠핑을 다닐 때에는 항상 제가 늦잠을 잡니다. 그런데 이번 차박은 정말 혼자라는 느낌 때문인지 저절로 새벽 4시에 눈을 떴고, 일출을 보러 후진항 등대를 향해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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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은 날이 흐려서 일출을 보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지구의 자전축이 돌아 내가 서 있는 곳이 태양빛을 받는 순간을 보고 싶었기에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등대까지 걸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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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옆을 바라보니 반짝이는 점이 나타납니다. 고깃배가 어떻게 저런 밝은 빛을 낼 수 있을까 신기했는데, 점점 위로 공중부양하는게... 바로 태양이더라고요.

KakaoTalk_20220529_153807355_03.jpg 새벽 5시 10분 설악해변

한참을 바라보다 올랭이가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오는 데 그 사이에 태양은 신처럼 하늘과 바다에 군림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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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지구와 인간.... 우주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지구를 상상할 수 없고, 지구를 생각하지 못한다면 생명의 존엄성에 눈 뜨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주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태양과 지구. 지구에 걸터앉아 하늘을 통해 우주를 상상하는 우리들. 지구와 우주의 도움 없이는 단 1초도 생존할 수 없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전쟁을 한다는 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인간의 미숙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6시... 이제 뭐할까요? 배가 고파요. 누구나 맛있게 먹는 캠핑 라면을 저도 끓여보기로 했습니다.

어제 남은 묵은김치를 물에 빠뜨리고 그 물에 김치라면을 끓였습니다. 묵은지의 맛이 라면스프와 어울려서 기가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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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국... 세 번째 젓가락을 들다가 포기했습니다. 저는 라면을 안 좋아하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먹어보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위장에서 라면을 도로 내보냅니다. 오늘 아침거리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서 어제 남은 삼겹살을 굽기 시작합니다. 나의 편파적인 위장아 ㅜ.ㅜ 덕분에 아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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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서 놀다가 늦은 밤에 서울로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렇게 되면 아기곰들이 엄마의 잦은 여행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아서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할 결심을 했습니다. 9시 30분에 집 도착으로 뜨는데 출발하면서도 얼마나 서운한지 저는 차에서 내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양주 톨게이트를 지나 북부간선도로에 진입하는데, 여행이 저의 일상에서 소중한 의미가 되는 것처럼 삶과 죽음의 치열한 경계에서 바라보면 매일 지루한 이 일상도 소중한 여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시끄럽게 반복되는 일상도, 그 일상에서 계획 없이 탈출하는 낯선 궤도와 시간도 전부 소중한 여행입니다.


아이곰들에게 줄 호두과자를 사왔습니다. 특히 아직 유치원생인 막내 아이곰은 엄마가 여행을 자주 다녀도 씩씩하게 잘 자고 잘 먹습니다. 아이 곰들이 엄마 곰을 흉내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자신의 아기곰들에게..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우주의 품에 안긴 연약한 지구별을 느끼고 숨쉬는 뒷 모습을 남겨 주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빛나도 초라해도.. 어떠한 처지에 놓여도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이 별을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별 조각인 자신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타인과 자연을 각자 빛나는 소중한 별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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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셋째 아기곰 아니 덤보의 탈을 쓴 아기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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