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겨울방학 집밥 일기
툭, 쓰윽
새벽마다 집 앞으로 배송되는 택배박스 소리는 겨울방학(=돌밥돌밥)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엄마모드에 부스터가 필요한 겨울방학
둘째는 크리스마스 지나자마자 유치원 졸업을 해서 이미 긴 겨울방학에 들어가고, 남은 연차 소진 중인 남편도 합류했다. 다들 방학인데 나만 방학이 아니구나...?
두 아이 모두 병설유치원을 보냈기 때문에 길고 긴 겨울방학에 대해서는 이미 경험했다. 거기에 살림 좋아하는 주부 12년 차이니, 뭐 무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나도 두려운 점이 있다.
고작 점심 한 끼가 더 늘었을 뿐인데 평소보다 식재료 소진이 빠르다. 우리 집 냉장고는 300L대 작은 냉장고라 조금씩 자주 장을 본다.
평소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 방학시즌은 작은 냉장고가 좀 아쉽긴 하다. 즉, 나는 돌밥돌밥이 두려운 게 아니라 돌마돌마가 두렵다.
돌아서면 마트 돌아서면 마트
식재료마다 구입하는 장소가 다르다 보니 그게 가장 귀찮다.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받은 프린트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1,2,3……58,59…. 60?”
“엄마 알림장이 이상해요. 여긴 58일간 방학이라고 되어 있는데 직접 세어보니 60일 동안 겨울방학이라고요!”
학교에 입학하고 긴 방학이 처음이라 신기했는지 직접 세어서 확인했나 보다. 머릿속에 숫자가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보자 보자... 60일 곱하기 3끼 + 간식... 와!!
나는 나도 행복하고 가족들도 행복한 겨울방학을 보낼 거다.
(밥만 하며 겨울 방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나의 강한 의지)
그러기 위해서는 돌밥돌밥과 돌마돌마 그 사이에서 엄마만의 시간까지 잘 챙겨보기로! 앞으로 이 3가지를 신나게 저글링 하며 보내는 60일의 기록을 이곳에서 나누려고 한다.
오늘 차려 준 점심. 어제 만든 반찬에 오늘은 밥과 떡꼬치만 추가해서 내어줬다. 토마토병조림으로 소스 만들었다가 리얼 떡꼬치 느낌 살리고 싶어서 고춧가루 톡톡톡 했다.
첫째는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맵다면서 물을 벌컥 마시셨지만 다 먹었고, 둘째는 자꾸 목이 마르다며 (엄마가 보기엔 너도 매운 것 같은데?) 쓰읍 쓰읍 소리 내면서 그릇을 비웠다.
다음에는 고춧가루 한 번만 톡 할게. 오늘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공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