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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Jan 30. 2024

4인가족, 1인 냉장고로 잘 먹고 잘 삽니다.

3구 활활 불태워 만드는 겨울 방학 집밥


신혼살림으로 구입한 800L대 양문형 냉장고. 결혼하고 처음 경험하는 주부 라이프는 신기하고 재미있기까지 했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여길 가득 채울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하며 보낸 것 같다.




집 앞 마트에서 장 봐도 한 상 가득 차릴 수 있는데 꼬박꼬박 대형마트에 갔다.

시간 들여서 소분하고, 중간중간 꺼내먹고 … 그러다가 너무 오래되거나 질려서 버리기도..?




멀쩡한 재료를 구입해서 냉동실에 꽝꽝 얼리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살림고수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12년 차인 지금 식구는 둘에서 넷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400L대 냉장고로 교체를 했다. 기존보다 용량이 1/2로 줄었다. 실제로 이 냉장고는 1인 가구용 냉장고로 출시된 제품이다.



냉장고 사이즈가 바뀌자 문턱이 닳도록 다녔던 코스트코 회원권은 자연스럽게 해지했다. 대신 집 앞 작은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온라인 장보기를 활용한다.



작은 냉장고를 가진 덕에 미리 쟁여놓는 식재료의 양과 종류가 줄었다.



고기와 생선은 딱 한 번 먹을 만큼만,

계란은 많이 사면 20알

싱그러운 채소도 3일 내 소진이 가능한 만큼,

과일은 1~2kg  내외




덕분에 썩어서 버리는 식재료도 없고, 쫓기듯이 먹어치워 버리는 일도 없다.

냉동실 속 검은 비닐 봉다리에 발등 찍힐 일도 없다.

일부러 식재료를 소분하고 냉동실에 넣을 일도 없다. 냉장고가 단순해지니까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고 감사한 마음까지 드는 요즘.




나의 최대 (행복) 고민은 '어떻게 하면 여유 공간을 늘릴 수 있을까?'이다. 지난 글에서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나가는 식재료를 보면 돌마돌마(돌아서면 마트) 할 생각에 두렵다고는 했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다. 집밥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하면 인간미 없어 보일까 봐…?



사실 많이 재미있다. 돌마돌마는 나에게는 게임 같은 일이랄까? 식재료를 알뜰하게 쓰고 또 새롭게 구입하는 그 일이 즐겁다. 내가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은 말해 뭣해~!




거기에 특별 미션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식재료들이 부지런히 들어오니 지루할 틈이 없다.

"오~ 거기 빈방이 있네요? 제가 좀 들어가겠습니다."











두 달간의 방학이 시작되었고 우리 집 작은 냉장고와 마주하는 일이 더 늘었다.

"어디 보자~ 오늘은 누구를 식탁 위에 올려줄까?"




한 달 전 시부모님께서 싸주신 청국장이 후보지에 올랐다. 주로 양가 부모님이 주시는 식재료가 나에게는 특별미션 게임이다. 수량과 종류 모두 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굴러 들어온 것들. 냉동실 서랍을 연 김에 조금씩 남아있는 식재료를 모아봤다.




청국장 한 덩이,

2조각 남은 연어,

두부 반모 남아서 냉동해 둔 것

급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아서 구입한 채소믹스 남은 것까지...!




다 부피는 작은데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식재료를 꺼내니 냉동실에 제법 큰 공간이 생겼다.



식재료를 버리며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고

오히려 가벼워진 냉동실 서랍을 보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 즐겁다.

내가 살림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오늘의 겨울 방학 집밥 메뉴 >

버터연어채소찜, 흑미밥, 청국장, 레드키위






줄기콩을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첫째는 가장 먼저 채소에 손이 갔다. 말 그대로 줄기콩인데 굳이 이 안에 있는 손톱보다 작은 콩을 골라내서 확인해 본다. 그리고 정말 뿌듯하게 한마디 덧붙인다.

"엄마 여기 진짜 콩이 있어요!"






아빠를 닮아 연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둘째. 우선 채소를 한 숟가락 가득 떠서 먹고 연어로 숟가락이 향한다. 버터향을 입혀서인지 오늘은 한 조각 뚝딱 먹었다.

"엄마, 오늘따라 연어가 왜 이렇게 맛있어요?"




나는 그저 냉동실에 잠자고 있던 것들을 해동해서 익혔을 뿐인데...

오늘도 두 딸들에게 엄마 최고!라는 리액션을 받았다. 하하



냉동실은 비우고, 식구들 배는 두둑이 채우고~나도 행복하고!




작은 냉장고로 바꾸겠노라 결심하고 반신반의했는데 삼시세끼 배부르게 차릴 수 있다는 점이 아직도 신기하다.



겨울방학집밥 차리기, 이렇게 쉬워도 된단 말인가?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집밥,

이 모든 것이 단단살림 덕분이다.







3구 냄비 활활 불태우는 방학 집밥 요약

메뉴) 연어채소찜, 흑미밥, 청국장, 계절과일(레드키위)

소요시간) 25분

메모)

- 메인메뉴를 찜으로 선택하면 특별히 손 갈 일이 없다.

- 손질된 생선을 구입하면 시간 절약이 된다.

- 간단히 채소를 먹이고 싶다면 냉동채소믹스를 활용하자. 단, GMO  여부 확인!

- 식후 과일은 딱 한 접시만, 혹은 키워처럼 소화를 돕는 과일로 제공하자.

- 청국장에 이미 다양한 채소가 들어갔으니 반찬 가짓수가 적다고 걱정하지 않기


순서)

1. 쌀을 씻어서 불에 올린다.

2. 찜냄비와 육수냄비 각 각 불을 올린다.

3. 물이 끓는 동안 각 재료 손질을 한다. (손질된 연어 사용)

4. 각 각 냄비에 재료 넣고 익힌다.

5. 맛있게 익어가는 동안 양념장&키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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