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의 흔한 혼밥 메뉴
혼밥이라는 단어가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혼밥은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없었지만 엄마의 음식은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뚜껑만 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밀키트처럼, 엄마의 손길이 담긴 음식이 내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결혼 후 혼자 먹는 밥은 달랐다. 씁쓸함이 밀려왔고, '굳이 혼자만을 위한 밥상을 차려 먹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충 빵으로 해결하는 날이 많았다.
혼자서 집밥을 먹으려니 차리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우리네 엄마들처럼, 남은 반찬에 고추장 넣고 비벼 먹는 게 더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때는 그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빔밥도 계속 먹다 보니 질려버렸고, 푹푹 비벼 먹는 비빔밥을 반복적으로 먹으면 내 몸도 결국 비빔밥처럼 풍성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메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김밥이었다.
비빔밥과 김밥은 먹기 편하고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먹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김밥이 훨씬 더 예쁘다. 나는 늘 예쁜 것에 끌려왔기에 김밥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혼자 먹을 때면 자주 김밥을 만든다.
김밥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김밥은 전혀 어렵지 않다. 냉장고 속 남은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 착착 나열한 뒤, 말기만 하면 나만의 김밥을 만들 수 있다.
가지런히 담고, 오늘은 어떤 모양이 나올까? 옆구리는 터질까? 단면은 어떤 모양일까? 이 재료는 자르면서 쑥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등등.. 생각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이렇게 만들다 보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김밥이 완성된다. 이제 혼자 먹는 식사는 외롭거나 씁쓸한 시간이 아니다. 김밥 한 줄로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내가 나를 아끼는 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1. 냉장고 속 반찬을 찾아본다.
2. 김밥 김 위에 밥을 최대한 얇게 깐다.
3. 반찬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 추천재료 : 각 종 나물, 단무지 대신 씻은 김치나 신김치, 장아찌
4. 김밥 끝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잠시 두어 김이 잘 붙도록 한다.
5. 참기름을 바르고 한 입크기로 썬다.
6. 썰면서 김밥꽁다리는 바로 입으로~!
오늘도 자기 돌봄 집밥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