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그릇으로 시작하는 자기돌봄 이야기
집밥이라고 하면 흔히 '건강하고 클린한 식사'를 떠올리기 쉽다. 거기에다가 '자기돌봄 집밥'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면, 자연식물식이나 비건 식단 같은 무언가 완벽하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있던 시간들이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오늘 하루 완벽하게 클린한 식단을 지키겠어!"라는 다짐으로 시작했다가, 하루도 안 되어 포기했던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더 나아가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키웠던 날들도 있었다.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자기돌봄의 핵심은 완벽한 식사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을.
라면, 전업주부의 현실적인 선택
집에서 혼밥하는 전업주부에게 가장 만만한 메뉴는 아마 라면일 거다. 컵라면은 말할 것도 없고, 봉지라면도 물을 끓이고 수프와 면만 넣으면 간단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배고프지만 귀찮아서 미뤘던 점심 한 끼를 빠르게 해결하기에 이보다 더 편리한 음식은 없다.
하지만 밥을 말고 국물까지 끝까지 마신 다음 배가 터질듯한 상태에서 느꼈던 만족감도 잠시, 속이 더부룩해지고 죄책감에 시달렸던 적도 있었다. '오늘도 망했네.'라고 자책하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큰 교훈을 주었다. 그 교훈은 바로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라면을 자기돌봄으로 즐기는 비법
이제는 라면조차도 자기돌봄의 한 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나를 위해 즐겁고 편안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여기에 약간의 변화를 더하면, 죄책감을 덜고 더욱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다. 나는 이 라면을 '영양라면'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래에 나만의 영양라면 비법을 소개한다.
1. 면 데치기
- 라면 면발은 대부분 튀긴 면이라 1~2분 정도 데쳐서 기름기를 제거한다. 처음에는 라면 특유의 풍미가 약해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 포만감은 나쁜 기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하자.
2. 채소 듬뿍 넣기
-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채소를 가급적 많이 넣자. 나의 경우 라면과 채소를 1:1 비율 이상으로 넣는다. 양파, 버섯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를 사용하면 국물을 적게 잡는 것을 추천한다.
- 대파, 부추, 콩나물, 숙주, 양파, 버섯, 당근, 애호박, 청경채 등 추천
3. 천천히 먹기
- 라면을 천천히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채소가 듬뿍 들어가면 어느 정도 가능할 거다. 채소 위주로 천천히 먹다 보면 어느새 면만 남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먹으면 식사에 대한 만족감은 물론 포만감도 오래간다.
이렇게 라면을 즐기면 죄책감없이 더 만족스러운 한 끼를 보낼 수 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라면을 먹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쁘거나 귀찮은 날, 혹은 그냥 라면이 먹고 싶은 날 영양라면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