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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Dec 10. 2024

예상치 못한 급발진, 그 안에서 배운 것

나는 크림빵이 먹고 싶었어.

나는 평온하고 균형 잡힌 일상을 사랑한다. 하지만 가끔씩, 정말 가끔씩, 나는 급발진을 하기도 한다. 어젯밤이 바로 그랬다.







크림빵


평소에는 절대 사 먹지 않던 크림빵이, 그날 밤 갑자기 너무나 먹고 싶었다. 유제품도 안 먹으면서 말이다. 그것도 밤 9시에? 그것은 아마도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식욕의 불안정 때문일 것이다. 며칠간 수면시간이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바로 내 몸이 신호를 보낸 것이다.





평소 건강한 음식을 먹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나로서는 이런 선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순간이 나에게도 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도 때로는 이런 선택을 할 때가 있다. 내 불완전한 모습도 나의 일부다.








김장

크림빵을 다 먹고 나니 예전에 만든 김치 양념이 번뜩 생각났다. 동시에 "내일 김장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잠들기 전 새벽배송으로 배추를 주문했다. 감이 잘 오지 않아 일단 3포기를 주문했지만, 이게 사실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양념도 있고, 배추도 주문할 수 있는 시점이라, 내가 느끼기엔 내일 김장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단식 36시간

몇 달 전, 나는 단식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단식이 정말 좋다는 걸 깨달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단식이 주는 혜택은 이제 다 아는 사실이었고,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배도 안 고프고 컨디션도 너무 좋았다. 그 순간, 문득 오늘이 단식의 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4시간 단식을 하려면 다시 밤 9시 30분에 끝내야 했고, 그때 또 음식을 먹으면 어쩐지 우스운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마음을 바꿨다.

"차라리 36시간 단식으로 가자."


어렵지 않게 성공 중










크림빵 덕분에 김장도하고 단식도 하게 되었다

그 작은 선택이 결국 김장과 단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내 일상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흘러갔다. 밥 먹는 시간이 없어져도 하루는 촘촘하게 잘 흘러갔다. 우선 아침 러닝 4km를 뛰고 저녁에는 요가를 했다. 학교 봉사와 꽃꽂이 수업도 들었다. 가족들 저녁 챙기고, 뒷정리까지... 그리고 지금 글쓰기까지 아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순조롭게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급발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번 일상에서의 작은 급발진들이 내가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순간들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은 때때로 다르지만, 그것이 바로 나다.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배워 나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급발진을 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지나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이 글을 기록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경험이 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교재이자 힌트가 되어,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준다. 이런 자기 성찰이 없었다면, 나는 나를 얼마나 더 잘 알 수 있을까? 이 글이 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양념 버무리고 자러 가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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