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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Sep 25. 2023

세상의 모든 방앗간

어반스케치로

추석이 가까운 요즘은 저녁 먹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다. 어둠이 내린 하늘은 시원한 공기 덕분에 상쾌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올여름 긴긴 무더위와 오래 내린 비에 시달려 가을바람이 더 반갑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나 보다.


내가 참여하 있는 어반스케치 동아리에서는 각자 주제를 정해서 그림을 그리고 10월에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누구는 국숫집을 누구는 꽃집을 누구는 이용원을 누구는 동네 슈퍼를 누구는 장날 풍경을 주제 삼아 그는데 나는 방앗간을 주제로 삼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그림을 그린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오래된 가게와 건물들을 그린다. 눈으로 볼 때는 낡고 볼품없어 보이는 건물들이 그림으로 그리면 새롭고 신선하다. 그게 어반스케치의 묘미인 것 같다.


몇 달 전 방앗간을 그린다고 마음먹은 나는  방앗간을 찾아다니면서 생각보다 동네 방앗간이 많 것을 발견했다. 많은 동네 방앗간들을 사진으로 찍어 와 그중 눈에 띄는 방앗간들을 그림의 소재로 골랐다.

도로변에 치한 방앗간에서는 옥수수와 보리를 볶아서 내놓고 팔고 있었다. 빨간 파라솔 빨간색 의자가 는 방앗간 풍경이 눈에 들어와 그린 신용떡방앗간 풍경이다.

한적한 골목에 문이 닫혀 있는 방앗간이 있다. 하지만 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특히나 요즘 같은 추석 즈음에는 빨갛게 말린 고추를 가져와 고춧가루를 만들어 가져가려는 사람들로 방앗간은 북적인다.


뙤약볕 숨 막혔던 한여름, 인적 없는 골목길을 지나가다가 은 지 오래된 방앗간이 내 눈을 멈추게 해 그려 광명고추방앗간 풍경이다. 

관촌 마을에 있는 관촌 방앗간이다. 새로 리모델링한 건물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는 방앗간이다. 방앗간 앞에 주인의 손길이 간 화분에 심은 꽃과 식물들이 예뻐서 그려 보았다. 아직 여물지 않은 고추가 심어져 있는 화분도 있고 호박잎은 넝쿨을 뻗어가고 있다.

우리 동네 갈머리 방앗간의 옆모습이다.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낡고 녹슬고 빛바랜 자줏빛 양철판 벽면을 그려보고 싶었다. 내가 본 방앗간 중에서 가장 오래되어 보이는 이 양철벽이 왠지 우리 모두가 가고 있는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자꾸 눈길이 가고 오래 바라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마을의 방앗간들을 몇 달째 그리고 있던 나는 얼마 전 프로방스의 자연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는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읽으면서 내가 가 보지 못한 방앗간을 그려보고 싶었다.

풍차 방앗간을 검색해 보니 알퐁스 도데의 풍차 방앗간 방문한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들이 있어서 그중 하나를 골라 프로방스 지방의 풍차방앗간을 그려보았다. 서양에서 풍차 방앗간은 기계화로 인해 방앗간으로서의 역할 잃었지만 관광지로서 여전히 건재하는랜 세월 자연과 함께  풍차방앗간 목가적이고 낭만적 보인다.


여름 내 그린 우리 동네 방앗간 풍경이 10점 그리고 풍차 방앗간까지 11점의 방앗간 풍경을 그렸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 그동안 꾸준히 그린 덕분에 모아진 성과물들이 있어서 뿌듯하다.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처음 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동료들의 그림을 보며 배우고 또 어반스케치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지도가 있어서 조금씩 성장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 하기 어려운 과제를 여럿이 나눠 갖고 또 함께 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불어 나에게 그림은 그리는 재미가 있고 다 그렸을 때의 성취감과 아쉬움이 공존해 계속 도전하고 싶어진다.

요즈음 추석의 흥성거림 속에 있는 방앗간의 활기로운 모습을 바라보면서 여름 내내 그렸던 모든 방앗간들을 떠올린다. 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방앗간 건물, 오래된 곡물분쇄기, 나무가 있는 방앗간, 화분이 있는 방앗간, 빨간 파라솔이 있는 방앗간, 인적 없는 빛바랜 방앗간 등등...


나는 뜨거웠던 2023년의 여름방앗간을 리면서 보냈다. 그리고 지금, 10월의 어느 날 열릴 동아리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청량한 추석 즈음의 가을바람을 즐긴다. 나에게 방앗간에 대한 추억이 하나 더 생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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