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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면서 여름 내내 피하기만 했던 햇빛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따뜻함에 공기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뭐가 달라졌을까,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 이제야 아는 척을 하냐는 듯, 눈부신 햇빛에 눈을 감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해를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가끔 경이로움을 느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달입니다. 그 모양이 어떻든, 맑은 날에 떠오르는 달은 바쁜 퇴근길의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 아래서 사진을 남기는 일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어떤 날의 달빛은, 그날의 기분을 조용히 뒤집어놓습니다.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기고, 집 앞에서 문을 열기 전까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요즘은, 해가 지기 전의 파란 하늘을 바라봅니다. 투명도를 낮춘 달이 떠오르면 모양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색이 변하게 될 그날 밤을 기다립니다. 이번 달은, 새로 산 핸드폰의 카메라 성능과 함께 더욱 가까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조용한 골목에서 맨눈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햇빛과 달리, 달은 눈부시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조용한 골목에 서서 달빛을 받는 시간 동안, 흩어진 그날의 기분들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눈이 부시지 않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달이 맘에 듭니다. 12월이 다가오는 11월의 마지막, 이번 주의 달이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