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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준비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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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

지난 주말, 진짜 겨울이 오기 전에 바다에 다녀왔습니다. 4년 동안 쓰던 휴대폰을 대신하게 된 아이폰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왕복 여섯 시간을 들였지만,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바다 앞 카페에 앉아 쉬기도 했지만, 만보가 넘는 걸음에도 몸이 무겁지 않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9시 반 버스에 올랐습니다. 시계의 앞자리가 10을 넘어갔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잠들지 않았습니다.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감상에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바다 앞에서 느꼈던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번 주, 지난 며칠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흘러갔습니다.


그 어느 달보다, 12월은 유독 빨리 지나갑니다. 마지막 한 달이 다가올수록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집에 돌아오면 올해 초, 1~2월에 적어둔 약속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그제야 비로소 한 해가 끝나감을 실감합니다.


연말의 약속과 술자리는 언제나 비슷합니다. “올해도 버텼다, 고생했다”라는 말을 건네며, 서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주고받으며 웃습니다. 그 웃음 속에 잠시 안도하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면 묘한 허전함이 남습니다. 뭔가를 놓친 듯한, 잡히지 않는 기분이 맴돕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들이겠죠. 올해 남은 두 달, 지난해보다는 12월의 아쉬움의 정도가 희미해지기 위해 더욱 꼼꼼하게 지내봐야겠습니다.


<12월-2>

거스러미 : 명사

손발톱 뒤의 살 껍질이나 나무의 결 따위가 얇게 터져 일어난 부분. [네이버 국어사전]

손에 거스러미가 참 많습니다. 제 존재를 알게 되었을 5~6살부터 올라오는 살의 껍질들을 뜯어내는 행위를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손을 씻고 나오면, 늘 손톱 가장자리를 바라봤습니다. 입으로 깨물기도, 손톱깎기로 잘라내기도 하지만, 이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거스러미는 금세 고개를 내밀어 저를 유혹합니다. 거스러미의 주요 원인은 '수분 부족'이라고 합니다. 지난겨울, 잔뜩 쥐어 짜여서 널브러진 핸드크림을 다시 가방에 넣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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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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