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일간의 가을

<15>

by book within

다음 주면 겨울이 온다고 합니다. 온도가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를 오가던 이번 주, 내년엔 사라질지도 모를 가을이 저물었습니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탑니다. 한창 운동을 해서 지금보다 몸무게가 10kg은 더 나가던 시절에도, 에너지 넘쳤던 어린 나이에도, 겨울이 되면 잔뜩 몸을 웅크렸습니다. 덕분에 굳어진 등과 승모근을 푸는 여러 방법을 익혔습니다.


겨울이 되면 체중이 줄고, 잠이 줄어 피로가 더해집니다. 누군가는 이런 증상을 두고, 갑상선 기능이 저하됐을 때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큰 병을 앓은 적은 없지만, 불규칙한 생활 탓에 잔병치레가 잦았습니다. “아직 젊은데 무슨 소리야”라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성인이 된 이후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시간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땐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눈앞에 있는 걸 붙잡지 않으면 금세 뒤처질 것만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그건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 뿐, 결과가 좋진 않았습니다. 그게 억울해서였을까요. 매년마다 건강은 제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작년, 20대의 마지막과 30대 초반을 함께 보냈던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혼자 맞이하는 겨울이 조금 궁금합니다. 누군가 옆에서 챙겨주고 걱정해 주던 지난 몇 해의 겨울을 떠올리며, 이제는 스스로를 더 잘 돌보려 합니다.


‘혼자’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갑자기 계절이 바뀌고 콧물이 생긴 오늘 아침, 그 말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겨울엔 외롭지 않은 혼자가 되기 위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보려 합니다.


올겨울도 어김없이 ‘역대급’이라는 추위를 갱신하겠죠. 그래도 그 추위만큼 아침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기를.

그리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올 때, 그 추위를 견뎌낸 단단한 새싹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