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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Jan 18. 2022

인간의 에너지 대사

프롤로그


이곳은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도콩'씨의 방입니다. 토요일, 침대 안에서 기분 좋게 깨어난 도콩씨는 이불의 감촉을 오롯이 느끼며 주말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늑함 속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불안감은 왜일까요...?


'어제 떡볶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 되는 건가?'


'아니야 아니야..... 뭐지 이 불안감은..... 아 맞다!'


김예나 <늦잠>


 오늘은 몸담고 있던 글쓰기 클럽 동료들을 만나 활동하기로 약속한 첫날이었습니다! 금요일 밤 분위기에 취해 온갖 배달음식 향연에 취해있던 나머지 약속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것을 깜빡한 것입니다. 이 시각 '도콩'씨의 뇌, '브레인'도 이 긴박한 상황을 알아차렸습니다. 브레인은 곧장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킵니다.


httpswww.britannica.comstorydo-we-really-use-only-10-percent-of-our-brain


"System On!"


 이윽고 도콩씨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동공은 커졌으며 정신은 날카로워졌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불쾌감을 주지 않는 선을 지키는 청결을 유지한 채 방역 마스크를 쓰고 문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 버튼은 재빠르게 여러 번 누릅니다. 그런다고 빨리 오는 게 아니란 걸 알지만 일종의 의식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머무르는 층에 도착하기 전 지도검색으로 버스 도착시간을 검색합니다.


"5분 19초 후 도착"


 언제 전력질주를 해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첫 모임부터 지각을 하는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습니다. 정류소는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달리면 3분 안에 도착할 것입니다(신호등이 걸리지만...). 저 버스만 놓치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 열림 소리가 나오고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 도콩씨는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합니다. 뛰자마자 낯설기만 한 근육통이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도콩씨는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도콩씨의 뇌, 브레인은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도콩씨가 전력질주를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브레인은 짧지만 아주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는 특공대를 소환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PCr, 크레아틴 인산입니다.


"PCr 응답하라... 여기는 브레인... 현재 도콩이 전력질주 수행 중. 빠른 ATP(에너지원) 공급 바람"

"다시 한번 전달한다......."



https://ib.bioninja.com.au/higher-level/topic-8-metabolism-cell/untitled/phosphagen-system.html


 PCr은 곧장 스스로를 분해하면서 C(크레아틴, creatine)과 P(인, monoPhosphorus)로 분리합니다. 그리고 도콩씨가 사용하고 남은 ADP와 P를 합쳐서 ATP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ATP도콩 씨에게 제공해서 더 오래 전력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PCr은 기껏해야 '10초'밖에 버티지 못합니다. 한 번에 커다란 에너지(ATP)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지속시간이 짧기에 도콩씨의 전력질주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브레인 응답하라... 여기는 PCr... 더 이상 에너지 공급을 감당할 수 없다. 지원 요청 바란다."


 이렇게 PCr은 역할을 다해 갑니다. 그 시각 도콩씨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면서 점점 달리기 속도가 느려지는 자신을 느낍니다. 다리에는 힘이 바짝 들어가고 숨 쉬기는 너무 힘들어집니다. 더는 전력질주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달려야 합니다. 버스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급한 불은 꺼놓은 브레인은 곧장 '두 번째' 에너지 공급원을 불러냅니다. 그들은 글리코겐(glycogen)과 글루코스(glucose)입니다.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인 글루코스(glucose)는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혈액 속에 머물다가 근육이나 간으로 이동하여 한 데 결합되면서 글리코겐(glycogen)을 형성합니다. 이들은 해당과정(glycolysis)이라 불리는 대사(metabolism)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어제 도콩 씨가 먹은 떡볶이 양이 상당해서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과 혈액 속 글루코스는 충분하군"


https://ars.els-cdn.com/content/image/1-s2.0-S221323172030121X-fx1_lrg.jpg


 이제 근육 속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glycogen)이 분해되면서 ATP(에너지원)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또한 혈액 속에 아직 남아있던 글루코스(glucose) 역시 ATP(에너지원)을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이제 도콩씨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글리코겐과 글루코스는 ATP를 만들면서 '피로물질'이라 불리는 젖산(lactic acid)을 생성해냅니다. 문제는 젖산이 많이 생성되면 근육이 피로해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젖산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 즉 젖산 역치(lactic acid threshold) 도달하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때마침 도콩 씨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 붉은색을 띤 보행신호 앞에 멈춰 서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잠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신호등'과 버스정류장으로 다가오는 '172번 버스'를 번갈아 살피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 얼마 뒤 신호등이 초록불을 띄우고, 잠깐의 휴식으로 호흡을 조금이나마 찾은 도콩 씨는 다시금 속도를 높여 버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휴... 감..므사..ㅎ합니다. ㄱ..기..사니 히임...."


 다행히 버스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버스에 탑승해서 이제 뛰지는 않지만 도콩씨의 몸에서 충분한 산소를 마시지 않으면서 에너지(ATP)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부족한 산소를 섭취하려고 가쁜 숨은 계속됩니다. 산소 없이 혹은 부족한 상태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ATP-PCr System해당과정(Glycolysis)은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몸이 요구하는 산소량에 결핍(Oxygen deficit)이 커지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강한 운동을 하고 나서는 호흡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이는 도콩 씨가 빠르게 뛰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섭취하지 못한 산소를 메꾸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흔히 이를 산소 부채(Oxygen debt)로 표현합니다.


https://quizlet.com/gb/298609542/respiration-diagram/



이제 약속 장소 근처 정류소까지는 버스 기사님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이 도콩 씨는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약속 장소를 검색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버스 정류소와 약속 장소가 700m나 떨어져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가 생겨버린 것입니다. 또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역은 000 입니다."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입니다. 1분에 100m씩 달려준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도콩 씨는 다시 한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달릴 준비를 합니다. 교통카드 태그를 하고, 지갑과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고 가방 끈은 단단히 맵니다. 이제 문이 열리면 도콩 씨는 주저 없이 달려야 합니다. 대신 이번에는 호흡을 충분히 해주면서 속도를 유지한 채 달리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이제는 산소를 이용한 에너지 대사를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대사방식은 더 많은 에너지(ATP)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유지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제 글리코겐/글루코스산소와 함께 대사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TCA 회로(TCA cycle)를 가동하는 것입니다. 산소를 공급받은 글리코겐/글루코스는 이제 해당과정의 다른 루트를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글리코겐/글루코스 응답하라... 여기는 브레인, 부족하지 않게 산소가 공급되고 있으니 TCA 회로에 진입할 것"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www.nature.com%2Farticles%2Fs41467-019-13668-3&psi

 브레인은 다시금 상황에 대비합니다. 하지만 전력질주로 에너지를 꽤 많이 소모했기에 또 다른 에너지 공급원을 가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10분가량 지속하여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제 글리코겐/글루코스TCA회로를 통해 분해하겠지만 조금은 부족합니다. 이에 브레인은 최후의 수단을 준비합니다. 바로 TG(Tri-Glyceride)입니다.


https://www.ajinomoto.co.jp/en/kfb/sportsamino/knw03_cystine.html


 흔히 '중성지방'이라 불리는 TG는 우리가 섭취한 지방과 여분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분해되어 우리 몸에 저장되는 형태입니다. 지방의 분자구조상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밀도가 높은 형태이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성능 좋은 에너지원입니다.


https://www.ajinomoto.co.jp/en/kfb/sportsamino/knw03_cystine.html

 도콩 씨는 일정한 속도(100m/1분)를 유지하며 10분을 달릴 것입니다. 뛰고 있지만 말은 어느정도 할 수 있는 강도입니다. 그래서 충분한 산소도 공급해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앞서 브레인이 지시한 PCr글리코겐/글루코스 만으로는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산소가 충분히 공급된 상태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는 '지방 분해(lipolysis)'를 시작할 때가 왔습니다.


"TG 응답하라... 여기는 브레인, 부족하지 않게 산소가 공급되고 있으니 지방분해를 실시할 것"


 지방분해 과정(lipolysis)TG(중성지방, Tri-glyceride)FFA(유리 지방산, Free fatty acid)로 분해하고 이를 다시 분해하면서 ATP(에너지원)을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은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 불리는 세포기관에서 진행됩니다. 비록 즉각적으로 에너지(ATP)를 공급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훨씬 많은 양의 ATP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대사입니다.


산소를 이용하는 에너지 대사를 이용하고 있는 도콩 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약속 장소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약속 장소가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합니다.


110m... 100m...... 50m... 30m... 10m...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시간을 맞춰왔습니다. 긴장이 풀린 나머지, 허리를 숙인 채 두 손을 양 무릎에 얹어 가쁜 숨과 안도의 한 숨을 쉬는 도콩씨. 정말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섬뜩한 순간이었습니다. 도콩 씨의 성공적인 레이스를 도운 브레인, PCr, 글리코겐/글루코스, TG 모두가 한 마음으로 환호합니다


<Inside Out>


우리가 해냈어!


이제 도콩 씨는 호흡을 되찾고 옷매무새를 다잡으며 문 손잡이를 잡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도콩씨가 안으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며 동료들을 찾아보지는 낯익은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 메신저를 확인해봅니다. 플로팅 알람을 꺼버린 나머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읽지 않은 가장 첫 메시지부터 확인해봅니다.


"죄송합니다. 내일 글쓰기 클럽 대면 모임은 취소되었습니다."



인간의 에너지 대사


 인간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에너지 대사를 합니다.


1) 무산소성 대사

2) 유산소성 대사

 여기서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무산소성 대사(anaerobic metabolism)'에 해당하는 것은 PCr(Phospho-creatine)을 분해해서 ATP를 생성하는 ATP-PCr System글리코겐/글루코스를 분해하서 ATP를 생성하는 해당과정(glycolysis)이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아 에너지를 생성하는 '유산소성 대사(aerobic metabolism)'에는 글리코겐/글루코스를 분해해서 ATP를 생성하는 TCA 회로(TCA cycle)와  TG(중성지방)을 분해해서 ATP를 생성하는 지방분해 대사(lipolysis)가 있습니다.


 위에서 각색된 이야기에서는 각 에너지원이 순차적으로 각각 이용되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상은 다 같이 사용됩니다. 다만 그 사용 비율에 분포가 '강도'와 '지속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1) 지속 시간

Hargreaves, M., Spriet, L.L. Skeletal muscle energy metabolism during exercise. Nat Metab 2, 817–828

위 그림처럼 근육 사용의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ATP를 생성해낼 때,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PCr(연두색)글리코겐/글루코스(풀색) 사용 비율을 낮아지고 산소를 이용하는 글리코겐/글루코스(녹색) 그리고 TG(Tri-Glyceride, 중성지방, 녹색) 사용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강도



강도(Intensity)에 따라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강도가 강할수록 빠르게 동원해서 쓸 수 있는 '근육 내 글리코겐/지방'을 사용하는 비율이 커지고, 혈액(정확히는 혈장, plasma) 속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글루코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우리가 근육을 통해 움직임을 할 때 근육에 위치한 글리코겐과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을 혈장(plasma)에 있는 글루코스/지방산보다 더 즉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도가 높을수록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 자체가 높아지기에 고강도 운동이 에너지 소비량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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