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를 읽어보면 상당히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다.
앉으나 서나 누워서나 소설을 생각하는 모습이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정말 저런 삶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후 십 년이 지났다.
나는 돈으로 사고 싶은 건 뭐든지 다 사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능력이 아니라 매력으로 먹고 살고 있었다.
내가 꿈꾸는 어른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의 글을 내 일기라고 생각하는
그런 위험한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등단을 한 친구의 시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인터넷에 떠도는 그의 시를 읽었다.
아, 나는 시를 잘 모른다.
이러한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 나도 내 장편소설을 한 번 써 보려고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쓰다 안쓰다 하니까 몰입도가 깨졌다.
내가 소설 합평을 받던 그날로 돌아가보면
동화 작가님이 내 글에 대해 이렇게 말하셨다.
"현실이 그렇다고 소설이 그럴 필요는 없다."
"현실은 더 잔인하고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걸 쓰는 게 아니다."
나는 소설이라는 종류의 글이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거짓과 마주해보았다.
나는 심리학이 촘촘이 짜여진 일기가 쓰고 싶고
일기가 읽고 싶은 건가, 하고 혼란이 왔다.
남들이 재미있어보이는 소설을 쓰는 과정은 상처 그 자체였고
나는 더 일어날 힘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는 그럴 듯한 교훈도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것 같았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한 사람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그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