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허기를 달래는 일

by 솔직킴

지난 토요일 겨울 아우터를 사겠다고 온가족이 아울렛에 다녀왔다.

사람 복잡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오전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봐두었던 브랜드의 매장을 들러 옷을 입어보고, 가격을 묻고 비슷한 옷들을 추천받았다.

세 군데 정도 돌았을 때, 벌써 지친 아이는 배가 고프다며 카페에 가자고 했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는데 이심전심이었다. 지쳤다. 고작 3, 40분 남짓이었는데 말이다.


아이에게 빵과 주스를 시켜주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약간 넋이 빠진 얼굴로 남편에게 말했다.


"쇼핑, 진짜 오랜만이다."


올해 결심 중 하나가 새 옷, 신발, 가방을 사지 않기 였다.

지난해 독일에 살고 있는 동생이 실천해보고 엄청 좋았던 경험이었다며 추천해준 것을 덥석 받았다.

지난 겨울부터 올 겨울을 맞이하기까지 새로운 옷과 신발, 가방에 소비를 멈추었다.

그동안 사둔 옷과 신발, 가방이 이렇게까지 많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직 택조차 뜯지 않은 새 옷들이 옷장에서 나오는 걸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이런 소비를 했던 나의 심리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회사에서 틈틈이 화장실에 들렀을 때,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아이를 재우고 이불 속에서 끊임없이 인스타그램의 추천 사이트나 네이버 쇼핑 카테고리를 브라우징하며 옷이며 신발이며 잡화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곤 했다. 돌아보니 마음이 허기지고 가난할 때마다였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 곳을 그렇게 물건으로 채우려고 했나보다. 비슷한 색과 모양의 옷과 신발이 들어찬 집을 보면서, 그걸 하나하나 정리하고 엄마랑 동생에게 나누어주면서 이 생활 청산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여전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뭔가를 사는 행위 자체에 시들해졌다.

뭘 사기 위해 알아보고 비교해보는 일이 얼마나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인지를 역으로 실감하게 되니 그 에너지를 다시 쓰는 게 힘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게 좀 이상하게 식료품, 생필품 같은 걸 구입하는 행위에마저 그렇게 느끼게 되어버렸다.

어제부터 아이가 우유가 떨어졌다고 하원하고 투덜거리는데 오늘도 우유 하나 사는 것을 못하고 말았다.

요즘 같이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새벽에 배송이 와 있는 시대에 밤에 단 몇 분, 컬리나 쿠팡으로 필요한 식료품을 찾고, 담고, 결제하는 것이 어쩐지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되었다.

항상 채워놓았던 냉장고가 채워지지 않는 걸 보며 내가 허기를 느끼지 않으니 가족들의 허기를 채우는 데에도 게을러져 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는 당충전, 우리는 카페인 충전을 하고 다시 쇼핑에 나섰다.

몇 군데 매장에서 더 옷을 입어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딱 찾고 있던 옷이 없어서 오후에는 그 매장이 있는 백화점에도 다시 다녀왔다.

쇼핑에 하루 절반의 에너지를 다 쓰고서 겨울 옷 두 벌을 구입했다.

옷장에 오랜만에 걸린 새 옷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직접 걷고, 보고, 만지면서 고른 옷들이라 그런지 더 마음이 좋은 것 같다.


이 생기로 내가 채워야 할 허기를 좀 돌아봐야 하겠다.

채우면 뿌듯하고 힘이 나는 것으로 나를, 나의 곁의 허기를 달래야겠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