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을 향한 마음
휴직 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끼니를 챙기는 것이다.
출산 후 다이어트를 위해 식이조절을 하면서 내 끼니는 어떻게 하루에 한 끼 정도만 탄단지를 잘 맞추어 먹으면 충분하다. 매일 고민하지만 고민 끝에 결국은 간단한 음식으로 대충 때워버리고 만다. 그러다 허한 속으로 폭식을 해버리는 때도 있다. 한 끼를 제대로 챙기는 게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혼자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끼니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집밥에 진심인 남편, 첫째, 그리고 이유식과 분유를 먹는 둘째, 가끔 우리 집을 찾는 가족들과 손님들의 끼니까지 챙길 때면 집에 있는데 아무렇게나 대충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주방을 전쟁터로 만들고 만다. 그러고 나면 또 지쳐서 몇 끼니는 어영부영 대충 때우기. 그럴 때면 또 밀려오는 죄책감.
그 마음으로 매일 하루 세끼를 챙겨주시던 엄마아빠와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하루 세끼를 매번 다르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언제 열어도 먹을 거리가 충분했던 집의 냉장고와 간식창고도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직접 살림을 해보니 장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계획을 세워 장을 보지만 냉장고에서 상한 채 버리는 재료들은 왜 이리 많은지, 잠시라도 장 볼 타임밍을 놓치면 왜 먹을 게 없냐는 딸의 원성을 듣는다. 무엇이 항상 있어야 하고, 무엇을 얼마만큼 사야하는지 독립된 살림을 하고서 벌써 9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 감을 못 잡겠다.
어쩜 이렇게 살림이 안 늘까, 곰곰이 짚어보니 그건 아마도 관심 자체의 부족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엄마는, 어머님은 지금도 가족들의 끼니를 챙기는 게 일상의 중대사다. 매 끼니 무엇을 먹을지, 어떤 걸 먹어야 그동안 부족했던 게 채워질지, 냉장고 안에 뭐가 있는지 항상 관심을 거기에 두고 계신다. 그렇기 때문에 매 끼니 가능한 것이다. 정성 스럽게 한 상이 차려지는 일이.
하지만 나의 관심은 아직도 가족들의 밥상으로 온전히 향하질 못한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나중에라도 아이가 내 밥상을 그리워하는 날이 올까,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마음을 쏟아 정성스러운 상을 차리고 싶긴 하다. 가족들을 향한 마음이 거기에서 가장 따뜻하고 정성스레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낮에는 운동하고 우리 집에 들른 엄마아빠께 떡만둣국을 끓여드렸다. 오랜만에 두 분을 위해 차린 밥상이었다. 별건 없었지만 떡국 한 그릇과 아침에 급하게 만든 장조림에 엄마는 무척이나 고마워하셨다. 나도 따뜻한 밥상을 낼 수 있어 좋았다. 그 마음을 느껴보니 오늘 저녁에는 추운 날 집에 돌아온 남편과 아이에게도 따뜻하고 풍성한 밥상을 내어주고 싶다. 또 뭘 해 먹어야 하나, 뒤적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