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

조림인간에게 보내는 리스펙(스포주의)

by 솔직킴

최근 가장 즐겁게 몰입해서 본 콘텐츠는 단연 흑백요리사 시즌2이다.

남편과 첫째와 화요일에 새로운 에피소드 올라오는 걸 기다리면서 몇주를 보냈다.

어제 최종화를 보면서 콘텐츠의 화제성만 놓고 보면 조금 싱거운 결말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주 큰 여운이 남았다.

다름 아닌 조림핑, 욕망의 조림인간, 연쇄조림마 최강록 셰프 때문이다.


이번 시즌 히든 백수저로 재도전을 해온 그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눈길을 끌었다.

어쩐지 더욱 결연한 표정, 과묵하다가도 승부에 엄청나게 의욕을 보이며 그답지 않게 소리를 치던 순간순간은 그가 인기 많은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해가며 진심을 다해 이 도전을 준비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그 준비는 매 라운드마다 승리라는 결실을 맺었다.

어느 조림 하나 진심과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특히 하이라이트는 무한요리천국의 도전에서 여한 없이 다 조려버리는 거의 조림에 미친듯한 요리 한 그릇이었다.

여섯개 정도의 화구에서 각각의 재료의 특성에 따라 간과 시간 등을 달리해 조려지는 냄비 속의 음식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같았고 그는 마에스트로였다.

마지막 1초까지 써가며 혼신의 힘을 다해 담아낸 그 요리가 그릇에 담겨 나오는 그 담음새, 모양새를 보고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먹게 하려고, 특히 모든 맛을 잡아준다는 조린 다시마 뭉쳐놓은 것을 '주제 넘지만' 같은 다소 거칠고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써가며 심사위원들에게 꼭 맛보이려고 한 그의 절실한 한마디는 화룡점정 같았다. 그가 말한대로 음식을 먹으며 두 심사위원이 짓는 표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것에 인생의 대부분을 걸어 온 사람이 마침내 이룬 것을 한 그릇에 펼쳐낸 느낌? 그 요리는 뭐랄까 하나의 작품 같았다.

아직 그가 사람으로 요리사로 이루어 갈 것들이 많겠지만 거기에서 하나의 방점을 딱 찍고 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그가 자신을 위해 한 요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하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도.

상대인 요리괴물의 요리가 굉장히 팬시하고 테크닉적으로 우수하고 기발함까지 갖추었지만,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일반적이지만 진실된 어떤 이야기, 내면의 깊은 것들을 담아낸 최강록의 요리와는 아예 결이 달랐기에 이미 거기에서부터 이 대결의 승패, 아니 승패를 떠나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결정된 것 같았다.


나는 나의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행하고 있는가. 어디에 언제 방점을 찍고, 다시 어디로 향하고 싶은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자세를 고쳐 잡게 했다.

마냥 웃고 배고파하다가 마침내 다큐가 되어 깊은 생각 속에 마무리했던 흑백요리사 시즌 2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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