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직업

사라지지 않을, 대체되지 않을

by 솔직킴

아이가 유치원에서 발표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장래희망을 생각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아이는 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바대로.

아이돌, 발레리나, 분장사, 선생님...그렇게 고민하다 마침내 헤어 디자이너를 선택했다.

아이가 정한 장래희망에 남편과 나는 어쩐지 낯선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우리가 장래희망을 정했던 그때와 많이 달라진 직업세계 때문이었으리라.


아이는 나와 남편에게 어렸을 때 뭐가 되고 싶었는지를 물었다.

우리는 초등학교 생기부에서부터 적어온 장래희망을 말하며 꽤나 한결 같은 우리의 과거를 반추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직업은 그 희망을 거치고 깎아가며 이르렀지만, 그래도 많이 멀지 않은 어느 지점이라는 안도감과 여기 오느라 애쓴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 그럼에도 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떠올랐다.


아이는 자신이 생각한 장래희망과는 다른 우리의 직업에 대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엄마가 일하는 회사에 드나들면서, 아빠가 공부하는 학교에 오가면서 아이는 엄마아빠가 하는 일을 어렴풋하게 자기 나름대로 그려보았을 것이다.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엄마아빠의 직업이 아이는 조금 지루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했을까? 아이의 눈에는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직업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의 눈에 보이는대로, 어쩌면 그런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업이라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사라질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왔다.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이들이 커서 직업을 가질 때 쯤이면 우리가 하는 일들은 정말 많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에서 실제로 줄어가는 직업들을 목격하며 아이의 장래희망뿐 아니라 우리의 직업의 내일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이다. 남편은 꽤 비관적이고, 나는 꽤 낙관적이다. 반반을 섞어 우리의 내일에 대입해가자고 말하곤 한다. 그는 내게 새로운 기술을 놓지 않고 배울 것을, 나는 그에게 문학, 예술을 권하며 인간의 고유성에 낙관할 것을 조언한다.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마냥 즐겁게 미래를 꿈꾸는 아이는 아이대로 두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 않고 꿈꾸는대로 스스로 찾아가며 길을 만들게 두고 싶다. 다만 부모로, 어른으로, 먼저 삶을 헤쳐가는 세대로 사라지지 않고 대체되지 않을 업을 찾아내고 성실히 해내는 삶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서서히 뭔가를 알아가며 구체적으로 부모가 하는 일의 실체를 궁금해할 때 신나게 설명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부모가 되니 그저 되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 수가 없다.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앞으로 또 몇번이고 장래희망을 짚어가는 아이의 날들은 그렇게 내 삶의 채찍질이 될 것이다. 지치지 말아야겠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