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두쫀쿠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

by 솔직킴

알고리즘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어쩌다 한번 본 두쫀쿠 먹방은 두쫀쿠 만들기, 두쫀쿠 성지, 다이어트 두쫀쿠, 두쫀쿠 김밥까지 나를 두쫀쿠 월드로 이끌었다. 돋보기 피드가 온통 검정 초록의 두쫀쿠 이미지로 가득차 마치 내가 엄청난 두쫀쿠 마니아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내가 휴대폰을 들여다 보면 옆에 와서 나도 좀 보자 하는 아이도 두쫀쿠의 존재를 알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했다. 유치원에서도 애들이 두쫀쿠 이야기를 한창 한다고 했다. 먹어봤네, 안 먹어봤네, 맛있네, 맛없네 하면서. 하지만 일곱살의 이상한 자존심은 나는 그런 거 별로야, 안먹어, 살쪄, 하면서 멋지게 거부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은 마흔살의 이상한 자존심으로 그러는 나와 닮아있었다.


그러다 집 앞 베이커리 카페에서 두쫀쿠를 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빵을 사러 갔다가 한 쪽에 진열된 두쫀쿠를 보고 이상하게 안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카페도 두쫀쿠 판다는 걸 따로 홍보하지 않는 걸 보니 이상한 자존심...?) 집에 돌아와 거기 두쫀쿠 팔더라, 했더니 아이는 하루에 한번씩 거기 두쫀쿠 다 팔렸나, 오늘은 있으려나 하며 한마디씩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여전히 알고리즘을 점령한 두쫀쿠의 이미지에 지배 당한 나는 학원에서 아이를 픽업해 오는 길에 우리 한번 가보고 없으면 먹지 말자, 하는 말로 아이와 카페로 향했다. 무너진 마흔살의 자존심...(카페도 문 앞에 두바이 쫀득쿠키 판매!를 걸기 시작한 것을 보고 그래도 조금은 위안을 얻었더랬다.)


그렇게 1인당 단 2개만 살 수 있다는 그 콧대 높은 두쫀쿠를 마침내 집에 들고 들어왔다.


작은 덩어리 하나에 7천원짜리 디저트는 달콤한 마시멜로우와 향이 진한 코코아 가루가 반죽이 되어 만들어진 쫀득한 피,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버터향이 나는 카다이프면을 원물 향이 진한(실제 이렇게 홍보문구를 쓰더라는) 피스타치오를 갈아 연유시럽과 비벼 넣은 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이와 조심스레 반을 나누어 먹었다. 쫀득하면서 입안에서 바삭거리는 속, 입술에 묻어나는 검은 빛의 두쫀쿠 컬러...그렇다. 지금까지 이런 디저트는 없었다. 식감과 맛 모두가 낯설고, 그래서 재밌다. 왜 그렇게들 이걸 사먹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엄한 자존심을 부리며 난 이런 거 별로야 하면서 애써 피하려고 했던 모습이 시시해보일 정도로 생각보다 재밌고 맛있었던 두쫀쿠 첫 경험이었다. 다시 사먹을까 싶기도 하지만, 모르겠다. 두쫀쿠가 점령한 스크린을 보면 또 다시 그 카페로 향할지도.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 그래서 먹어야 끝이 나는 것. 그 호기심으로 두쫀쿠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다. 두쫀쿠가 점령했던 나의 알고리즘을 이제 무엇으로 대체 해야 하나. 노예가 되지 말고 주인이 되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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