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 덧붙이는 이야기 ⁕
1. 홍콩 이야기 전시실에는 영국인 총독들의 사진이 재임 순서대로 걸려 있었다.
처음 이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당황했다. ‘식민지 총독’에 관한 내 느낌과 홍콩인들의 감정이 매우 다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영국인들의 식민지배 방식이 일본인들의 방식보다 다소 온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기 또한 홍콩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나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영국이 지배하는 홍콩은 새로운 변화의 중심이었다. 그러한 변화는 쑨원 등 일부 지식인들이 혁명을 꿈꾸고 준비하도록 자극하기도 했다. 영국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홍콩에 소개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사실은 조금 더 복잡하므로 ‘보이기도 했다’라고 썼다) 현재도 영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홍콩인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염원하는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은 홍콩 사람이 다스린다)은 지금뿐 아니라 그때도 요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이야기의 전시실에서 만나는 영국 식민지배 시기의 모습은 꽤 괜찮다. 반면, 짧은 기간이었으나 일본‘점령’기는 비참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시실의 영국인 총독 사진을 보며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었다.
첫째, 역사는 역시나 승자의 편에서 서술한 이야기이다.
둘째, 박물관은 교육적 역할을 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는 보수공사 이후 재단장한 홍콩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2. 홍콩회귀조국(香港回歸祖國) 20주년
2017년 7월 1일 밤에는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불꽃축제가 열렸다. 남편과 나는 남편의 사무실이 있는 ICC의 고층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했었다. 불꽃 옆에는 ‘홍콩회귀조국 20주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반환이라는 단어의 주체는 영국이고 회귀의 주체는 홍콩이어서인지 중국에서는 회귀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해의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었다. 그의 취임 후 첫 홍콩 방문이었다. 반발하는 홍콩인들도 있었고 환영하는 중국 본토인들도 있었다. 나는 관찰자였다.
그런데 그의 방문을 앞두고 홍콩 시내에는 ‘홍콩기’가 사라졌었다. 내가 자주 가던 소소한 쇼핑몰 앞에 있던 홍콩기조차도.
글쎄, 거리의 그 모습만으로도 뭔가 서늘했다.
3. 지금, 이곳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때의 홍콩인들은 영국인들과의 차별을 겪으며 살아야 했고, 지금의 홍콩인들은 같은 중국인들과 지난한 갈등을 겪고 있다. 어떤 삶이 더 좋다고 선택하기에는 문제도 모호하고 답도 없어 보인다.
그럴 때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은 당장 먹고, 입고, 자는 문제에 더 몰두하기도 한다.
구름까지 닿아버린 집값은 둘째 치더라도, 홍콩의 젊은이들이 대륙의 젊은이들에 비해 채용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그들의 갈등은 어쩌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홍콩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