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재미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 '발행' 버튼 누른 이 글을, 그럼 '발행 취소'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뮤즈는 이미 발행해놓고 어떡하냐며 궁시렁.
사실 그는 8회도 재미없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3월 첫 주라 매우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해서는 안 되는 변명을 해 보았습니다.
5세는 처음 유치원에 가게 되어 적응의 한 주를, 3세는 처음 어린이집에 가게 되어 또 적응의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2일에는 5세가 유치원에서 (고작) 한 시간 있었습니다. 셔틀 운행을 하지 않고 엄마와 함께 오는 날이라고 했었지요. 그날 3세도 어린이집에 엄마와 함께 30분 출석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5세는 9:30-10:30, 3세는 11:00-11:30 이렇게 말입니다. 완벽했습니다.
문제는 두둥. 5세를 모시고 집에 가고자 시동을 켜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밧데리가 나가는'현상을 처음 경험한 장롱면허 12년 차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마침 남편은 (재택근무 중이었으나) 2호기 보랴, 회의하랴, 연락이 안 되었고 저는 보험사가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일정이 있어 이동 중이던 아부지에게 SOS. 겨우 겨우 연락이 닿아 통화를 하게 된 '긴급출동 기사님'에게 저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했습니다. '애 어린이집에 데려가야 되는데 차가 시동도 안 켜지고 문도 안 잠겨요 엉엉.' 옆에서 보고 있던 5세는 껌을 씹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엄마. 좀 늦으면 어때.'
어제와 오늘은 다행히 5세님의 유치원에서 셔틀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어제는 그녀가 쿨하게 떠나서 오히려 남겨진 가족들이 서운했는데 오늘은 안 가겠다고 엄마 뒤에서 한참 징징거려 결국 젤 늦게 탔습니다. 5세님을 보내 놓고 저는 유모차에서 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을 비트는 3세님를 모시고 놀이터로 뛰어갔습니다. 에너지를 발산시켜준 후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재정비. 어린이집으로 다시 2차를 갔습니다. 엄마와 함께하는 '적응'을 해 봅니다만... 우리 3세는 다음 주에도 엄마와 함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T_T
허겁지겁 3세님의 점심을 챙기고 '적응기간'동안 일찍 돌아오는 '뉴냐'를 모시러 또 유모차를 밀며 달립니다.
어쨌든.... 네.. 구차한 변명입니다. T_T
그가 '그냥 접어라.'라고 했었지만 꿋꿋이 시작했는데, 또 다른 난관에 맞닥뜨렸습니다.
반성하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시간을 함부로 뺏지 않도록, 재미든 공감이든 위로든 정보든 뭐 하나라도 꼭 드릴 수 있도록, 남은 7회는 절치부심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네, 16부작을 목표로 조정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