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반이면 어김없이 휴대폰의 알람이 울린다. 천 근 같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씻고, 물 한잔 마시고,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대충 몇 숟갈 급하게 입속으로 집어넣고 집을 나선다. 커피 한잔으로 고갈된 코티졸 호르몬 한 방울을 짜내면 정신이 좀 차려진다. 자극적인 MSG 가득한 식당 밥과 배달음식으로 속을 달래고, 일로 긴장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뒤, 밤늦게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몸은 피곤한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
‘수면 부채’라는 개념이 있다. 매일 부족한 잠은 미래의 건강을 빌려 쓰는 것과 같다. 수면 빚은 수면으로만 갚을 수 있다. 매일 하루 5시간만 잔다면, 부족한 잠 2시간은 미래의 시간에서 갚아야 한다. 이처럼 건강에 필수적인 수면,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는 게 좋을까?
하루에 7~8시간은 자야 한다. 그리고 호르몬 생성이 활발한 밤 11시 이전에 자는 것이 좋다. 부족한 수면 양은 호르몬 균형을 무너트려 원활한 대사활동을 방해한다. 수면 양이 부족하면, 식욕조절 호르몬인 렙틴은 낮아지고, 시장기 호르몬인 그렐린은 올라가 과식! 하게 되어, 음식 섭취로 얻은 포도당을 글리코젠으로 변환하여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몸은 더 많은 고 탄수화물과 고 당분 식품을 요구하게 된다. 그 결과 과체중, 혈당, 콜레스테롤, 신경세포의 생성, 기억력, 근육, 의지력 등에 나쁜 영향을 준다.
수면의 '양' 못지않게 '질' 또한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 동안,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나, 몸과 마음이 개운한 상태'가 되면 질 높은 잠이 될 것이다. 좋은 질의 수면을 위해서 '11시 이전에 잔다. 침실은 15~21도씨로 맞춘다, 파랑 불빛을 차단한다. 잠자기 직전에 탄수화물 섭취나 고강도 운동은 피한다.'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잠이 들면 논렘(non-REM) 수면과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sleep,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얕은 수면상태)을 90분 간격으로 4~6회 반복한다. 논렘은 뇌와 몸이 모두 자고 있는 숙면 상태로 수면시간의 80%를 차지한다. 잠자리에 들고난 후 첫 논렘 90분이 숙면을 좌우한다. 논렘 시간에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 노화 속도를 늦춰준다. 그 외에 렙틴(식욕억제), 멜라닌(수면유도), 프로락틴(성) 등 다양한 호르몬이 나와 낮 동안 소모된 신체 세포기능을 회복한다.
렘수면은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깨어난 상태로 수면시간의 20%를 차지한다. 꿈도 이때 꾼다. 렘수면을 하는 동안 우리 몸은 정신적인 피로를 회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한 뇌 활동을 통해서 낮에 습득한 단기 기억들을 장기기억으로 옮겨서 저장한다.
비행기 운항 전에는 반드시 각종 기계장비의 상태를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수면도 마찬가지이다. 8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면서 낮 동안 노출된 신체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점검하고 정비해주어야 다음 날을 활기찬 신체와 정신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소홀히 하면 대형 건강 사고가 난다. 잠은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