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명언들이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오스카 와일드의 『진지함의 중요성』에 나오는 "중대한 문제에서는 진정성보다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라는 구절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도, 이 한 문장만 알아도 문화인처럼 행세할 수 있을 만큼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 구절이다.
와일드의 이 작품은 상류층의 위선과 허영을 꼬집는 통쾌한 희극이다.
런던 상류층의 세련된 청년 알저넌은 아픈 친구 번버리를 지어내 귀찮은 자리를 피하는 '번버리즘'을 즐기고, 그의 친구 잭은 시골에선 '어니스트'(진지함이라는 뜻)라는 가명으로 살면서 런던에선 쾌락을 즐기는 이중생활을 한다.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두 친구가 모두 상류사회의 체면과 격식을 중시하는 척하면서 그 규칙을 교묘히 피해 다닌다는 점이다.
작품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은 잭이 사랑하는 귄돌린에게 청혼하면서부터다. 귄돌린은 '어니스트'라는 이름에 반해 그와 약혼하지만, 알고 보니 그의 진짜 이름은 어니스트가 아니다! 여기에 귄돌린의 엄격한 어머니 브랙넬 부인이 가문의 품격을 따지며 잭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설상가상으로 알저넌마저 잭의 피보호자인 시실리에게 '어니스트'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두 여인이 모두 '어니스트'와 약혼했다고 믿는 상황, 그리고 실제로는 어니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아이러니! 이 소동은 잭이 사실은 브랙넬 부인의 자매가 실수로 기차역에 놓고 간 가방 속에서 발견된 고아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면서 절정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잭의 진짜 이름이 정말로 '어니스트'였다는 우연의 일치다. 이 모든 혼란과 오해는 결국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다.
"중대한 문제에서는 진정성보다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름, 직함, 명예 같은 것들이 실제 그 사람의 본질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명함을 먼저 본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직함과 소속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곤 한다. 명함이라는 작은 종이 한 장이 그 사람의 진정한 됨됨이보다 더 중요해진 현실이다.
오늘날의 우리도 SNS 프로필에 적힌 직업이나 학력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겉으로 보이는 명예와 성취가 내면의 도덕성이나 인격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어쩌면 현대 사회의 도덕성은 명함을 넘어 프로필 사진과 팔로워 수, 좋아요 개수 뒤에 숨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와일드가 더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형식주의가 만들어내는 위선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명예로 자신을 포장한다. 진정한 자아는 감추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가면을 쓴다. 명함이라는 작은 종이 위에 박힌 직함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하게 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진지함'이라는 가치마저 형식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작품에서 '어니스트'(진지함)라는 이름은 역설적으로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 된다. 진정한 진지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명함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이름 있는 대학, 유명한 회사, 높은 직함 앞에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형식에 집착할수록 진정한 자아는 더 깊이 숨어버리고 만다.
와일드의 작품은 이런 형식주의와 위선을 조롱하면서도, 결국은 사랑과 진실된 관계의 중요성을 말한다. 모든 오해와 거짓이 밝혀진 후에야 진정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명함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관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In matters of grave importance, style, not sincerity, is the vital thing.
중대한 문제에서는 진정성보다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이 한 문장, "중대한 문제에서는 진정성보다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를 기억하자. 이 말 한마디만 알아도 충분히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되새기는 것이다. 우리는 남을 판단할 때 명함이 아닌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또한 우리 자신은 어떤 명함 뒤에 숨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명함이 아니라 진심이다. 직함도, 소속도, 학벌도 아닌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와일드가 유머러스하게 포장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명함을 내려놓고 진짜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관계와 도덕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