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하 한식당, 비원
프라하에는 꽤 많은 한식당이 있다. 대부분의 한식당이 다 맛있고 각자만의 특색이 있었다. 여기서도 젓가락질하고 있는 유럽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역시 한식의 세계화!!
우리가 프라하에 머물 때,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습관처럼 향한 곳은 '비원'이었다. 호텔에서 나와 몇 걸음만 걸으면 있는 곳. 이모 같은 사장님이 반겨주는 곳. 프라하에서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먹는 메뉴가 한정적이고 까다로운 10세의 기호에 맞춰 (메뉴에도 없는) 우동과 돈가스를 맞춤형으로 내어주셨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뭐, 좋아하는 메뉴 맛있게 해주는 이곳이 집 같은 곳이었다.
남편은 '비원' 사장님 부부와 나름 인연이 깊다. 남편이 프라하에 첫 장기출장을 떠날 때, 비원의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시던 한국인 민박 숙소에 묵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전, 우리가 3달 살이를 하러 프라하에 갔을 땐, 우리 가족은 그분의 숙소에 머물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인연이 있는 그 숙소에 들러 잠시 인사를 하고 온 적이 있다. 더 이상 그 숙소의 고객이 아닌데도, 여자 사장님은, 우리를 반겨주시고, 프라하 살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당시 2살, 7살이었던 아이들도 예뻐해 주시고, 귀한 한국 과자를 손에 쥐어주시기도 했다. 당시에 여자 사장님은 숙박업을 하시고, 남자 사장님은 프라하 중심지에 한식당 오픈 준비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가 머물고 있던 그 시기에 개업을 하셔서, 그 식당도 자주 찾아가곤 했었다.
그리고 3년 후, 길고 긴 코로나 터널을 지나, 훌쩍 커서 다시 찾아뵙게 된 것이다. 사장님 부부는 3년 동안 많이 큰 아이들을 기억해 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이들이 '비원'에서 먹은 메뉴는, 치킨, 우동, 돈가스, 삼겹살, 소고기 BBQ 등이었다. 갈 때마다 아이들은 요 메뉴들로 돌려 막기(?)하고, 나는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오징어볶음, 돌솥비빔밥 등등 한국에서보다 더 다양하게 한국의 맛을 봤다. (프라하 일주일 살이에 얼마나 자주 찾아갔으면...!! ㅋ) 사장님은 우리가 주문하는 메뉴의 개수에 1차 놀라고, 그 많은 양을 기어이 다 먹어치운 식성에 적잖이 놀라신 눈치였다. (그만큼 맛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판크라츠 쇼핑몰... 맞은편 바닥분수!!
이날도 어김없이 비원에서 푸짐한 아점을 먹고, 판크라츠를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여행을 다니며 대중교통을 타면, 대강 전반적인 그 도시 사람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겪은 프라하는, 여자 혼자 아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 계단을 마주해 난처할 때! 지나가는 누구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할머니든, 학생이든- 기꺼이 유모차를 같이 들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다. 어쩌다가 눈이 마주쳐도 씽긋 여유 있는 미소를 보내주는 친절한 도시다.
쇼핑몰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쇼핑몰 키즈존보다는, 바닥분수 공원을 더 원했다! (이럴 거면 다음번 여행은 물놀이 질리게 할 수 있는 동남아로 가즈아~~~~!)
이곳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중심가는 아니었기에, 대부분 현지아이들이었다. 부모들은 잔디밭에 앉아 지켜보고, 아이들은 발가벗고 신나게 물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망설임 없이 신나게 뛰어다녔다. 둘이라 다행인 순간이다. (한 명만 있었음, 기어이 나를 끌고 다녔겠지- ^^ 서로가 있어준 덕분에 그늘에 앉아 흐뭇하게 너희들을 바라볼 수 있었어)
놀다 보니, 아빠의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빠에게 우리가 회사 앞에 와있음을 알려놓은 상태이므로, 퇴근하자마자 공원으로 오기로 되어 있었다. 늦오후가 되면서 바람도 서늘해지는 것 같아,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자, 퇴근한 아빠가 왔다.
# 지인집 방문-
저녁 초대를 받은 지인집으로 향했다. 화요일에 1차로 키즈카페에서 만났던 그분이다. 반년 전만 해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주민이자, 같은 교회 교인이자, 딸의 독서 선생님이셨던 감사한 인연이다. 이번에는 남편들도 같이 만나는 자리였다.
초대받은 우리는 무엇을 사갈까 한참 고민하다가... 케이마트에 들러, 쌀 한 포대를 들고 갔다. 우리를 초대해 주신 지인분은, 분주하게 저녁준비를 하고 계셨다. 짜장밥, 짬뽕탕, 탕수육 기타 등등...! 쉽지 않을 메뉴들을 아이들 어른들 모두 고려해서 준비하셨던 것이다. 그 모습 자체로 벌써 감동이었다. 상차림이 완성 됐을 때,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는데,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게 뒤늦게 후회가 된다. 그 정성과 마음을 사진에 담아 두고두고 간직했어야 했는데...
아이들은 며칠 전에 만나 놀았으므로, 쪼르르 몰려다니며 잘도 놀았다. 실내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아이들 방이 있는 구조라, 아이들은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놀았고, 우리는 식탁에 앉아 끊임없이 먹으며,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지인분은 신혼 초부터 이미 독일에서 주재원 생활을 꽤 오래 하셨던 터라, 독일과 체코의 삶을 비교해서 얘기해 주셨는데,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책 한 권 쓰셔도 될 듯!!) 그리고 코로나 시국, 러시아-아프간 전쟁 시국에, 여러 국적의 아이들(러시아 학생 포함)이 모여있는 국제학교를 보내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매우 피부에 와닿았다. 아... 이 아이들은, 뭔가 직접적으로 이 세계의 흐름과 현상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22년 8월 19일 금요일 밤, 좋은 사람들과의 가족 모임은 시간가는 줄 모를만큼, 즐겁게 마무리됐다. 나는 이날의 저녁을 평생 못잊을 것 같고, 이날의 융숭한 대접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갚겠노라고 했다. 이후 남편이 휴가로 한국에 들어왔다 갈 때마다 연락해서 한국에서 필요하다는 물건들을 남편을 운반책으로 들려 보내는 걸로, 그렇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