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를 알아가기

제주도에서 혼자 3개월을 살다.

by 여기루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난 이유는 선택의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선택으로 나아가는 삶을 적응하고 싶었다. 난 지금껏 남의 기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나의 의지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그건 바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주변 선배님들과 다른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만 봐도 정석대로 결혼 적령기의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더 이상 여기 있다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할 수도 있겠다.


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려나 하고 싶은 것도 못해봤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압박감이 현실이 되어 내게 마주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중요한 문제에서도 확실히 뭐가 내가 원하는 길인지도 모르는 나를 꾸짖는다. 지금까지도 평범했으니까 남들 살아가는 대로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내일모레 30을 앞두고 20대 때 나는 일 말고 무엇에 열정 가득히 노력을 했을까?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가야 나의 미래가 평탄할 것이라는 대답에 의문을 가졌다. 미래가 뻔히 보이는 게 마냥 좋은 것일까? 변수는 생기기 마련일 텐데 그래서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해보자 라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사직서를 내고 한 달의 소속감 없는 직장생활 중에 나는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3개월 제주살이 하면서 나를 찾아보자.
그 후에도 내가 꿈에 다가가지 못하면 나는 안정에 기댄 채 또 살아가겠지.


나는 2022년 인생에 굴곡을 그을 생각을 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 나를 알아가 보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매일 직장 집만 오가던 나는 이런 일상탈출이 신기하고 흥분됐지만 좋은 일만 있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나는 전기장판까지 챙겨서 제주로도 백팩 하나와 캐리어 하나를 챙기고 무작정 떠났다. 처음에 제주시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와 이런 자유에 익숙지 못한 나의 불안감과 외로움도 동시에 교차했다. 낯선 곳에서 돌아갈 곳 없는 백수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애증의 직장에게 의지를 했었던 것 같다. 돌아갈 곳이 항상 있었으니까.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6년 동안 같은 일을 하던 패턴에서 이제 혼자 주체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다소 적응이 안 됐다. 이번 연도에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았다. 계획서에도 '좋은 일만 없을 것이며 뜻하지 않은 변수에 흔들릴 수 있지만 그 마저도 헤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자'는 다짐과 함께 나는 제주살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짧게 휴가를 내서 3박 4일 정도 제주도 여행을 오면 관광지만 찾으면서 예쁜 바다 뷰 숙소를 예약하고 바다 뷰 카페에서 바다 뷰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회사에 돌아가면 여행 사진을 보며 그립다는 말만 하면서 말이다. 제주살이를 하는 난 바다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병원 다닐 때처럼 바다를 절실해하지 않았다. 줄 서서 먹는 맛집과 포토스폿이 유명한 예쁜 카페를 평일에 자유롭게 가서 조용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제주도 도민분들은 비교적 차분하고 개성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계신다. 나는 이런 자유로움이 한편으론 불안했다. 회사 근무를 하면서 주 6일을 똑같은 패턴으로 일을 했던 나로서는 처음엔 행복한 마음이 컸으나 마음 한쪽에는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나?'라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는 관광지 맛집이나 예쁜 카페보다는 현지인 맛집이나 나만의 조용하고 특별한 동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제주에서 사는 사람처럼 한라산 보다는 참이슬을 찾고 예쁜 카페보다는 사장님들과 스몰 토크할 수 있는 제주스러운 카페나 나만의 바다를 만들고 그쪽에 가서 책을 읽거나 올레길 코스를 찾아다니며 제주도 곳곳을 깊이 알아갔다. 길을 지나가다가 분위기에 홀려 들어간 카페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시그니처 라테에 행복을 느껴도 보고 첫 손님이라 갓 나온 따끈한 에그타르트를 건네주시는 사장님도 계셨다. 이렇게 나만의 제주도 장소를 넓혀갔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의 너무 다른 삶은 내 살아온 길과 괴리감으로 적응이 안 됐지만 내 길이 정답만은 아니었단 걸 확실하게 알았다. 제주도 곳곳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첫걸음이 황홀하고 아름답다. 세상은 아름다운 걸로 가득 차 있던 것을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알았다. 내 의지대로 살아가니 자신감도 생긴다. 내 인생이 재미없던 건 내가 찾아 나서지 않아서였다. 왜 이렇게 비관적이게 살아왔나 싶다. 이제부터 시작인 나의 여정의 끝에는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다.



장기간 여행을 떠났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굶어 죽고 팔자 좋은 베짱이라는 조롱을 당해야 한다면, 아마도 세상은 배가 본더들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세상은 배가 본더들의 글과 책, 강연, 영상,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인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