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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밤 Jul 05. 2023

고마워, 너의 엄마라서

좌충우돌 둘째의 생일 파티



나 생일 파티 할 거야! 무조건 할 거야!!!

학교 가자마자 첫날부터 생일 초대를 받은 둘째. 아이의 생일이 다가올수록 난 불안해졌다. 본래 이벤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 데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는 겨우 눈인사만 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는 내 마음과 달리 아이는 당연한 듯이 말했다.


“엄마, 친구들이 생일파티 언제 할 거냐고 묻는데?”


“엄마가.. 영어도 그렇고 좀 부담이 되거든. 한국 가서 해주면 안 될까?”


“아니야, 엄마. 부담 갖지 마. 나랑 오빠랑 도와줄게. 나 꼭 파티하고 싶어. 응??”


이번만 봐달란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내 손을 잡고 눈망울을 반짝였다. 도와준다는 아이의 말에 매몰차게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속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 까짓 거 해보자!”




생일파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파티 장소’였다. 파티에 초대할 아이들이 이미 생일초대를 받았던 친구들이라 겹치지 않는 장소를 선정해야 했다. 고민하던 끝에 아이가 수업을 듣고 있는 짐내스틱에서 생일파티를 열기로 했다. 음식과 케이크, 풍선 등을 모두 준비해야 했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파티를 하기에는 제격인 곳이었다.


기대감에 들뜬 아이의 표정을 보니 나도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늘 두려운 일이지만, 막상 시작하게 되면 그 두려움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나는 아이를 통해 난생처음 ‘생일파티 준비’라는 도전을 하고 있었다.


생일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음식’이다.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물었다.


“생일이니까 케이크가 있어야지! 근데 엄마, 친구 00은 채식주의자라 샐러드를 주로 먹어. 그리고 00은 달걀 알레르기가 있대. 그리고 00은…”


채식주의자라고?? 달걀 알레르기? 그러고 보니 도시락을 쌀 때도 식품 알레르기로 인한 금지품목이 많아 늘 조심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아이의 말만 믿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하굣길에 아이의 친구 엄마들에게 다가갔다. 혹시 생일파티 음식에서 주의할 부분이 없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들은 물어봐줘서 고맙다며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지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물어보길 잘했다.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을 왜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일까’


사실 파티를 여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영어’의 문제라기보다는 평소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등하굣길에 마주치고 눈인사를 하면서도 혹시라도 다가와서 말을 걸까 봐 두려워 늘 구석에 숨어 있었다. 그 ‘두려움’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어느 나라에서든 엄마들 간의 관계는
진심을 내보이기 쉽지 않다


정성껏 준비한 아이의 생일파티가 다가왔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얼굴 한가득 웃음꽃이 핀 둘째 아이를 보며 괜스레 가슴이 울컥했다. 그저 아이는 친구들과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무엇 때문에 그리도 망설였던 걸까.


하나 둘, 엄마들이 찾아왔고 집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들 때문에 잠시 엄마들과 대화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아이들을 초대해서 잘 보살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파티는 처음이었거든. 함께 생일 축하해 주어 정말 고마워!”


내 진심이 통했는지 웃으며 격려해 주는 엄마들. 한국이나 외국이나 엄마들 관계는 먼저 진심을 보이는 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아이 덕분에, ‘엄마’로써 내 마음을 전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조금 더 용기를 내도 될 것 같다. 나는 너의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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