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센터, 캠프, 방과 후 활동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마다
익숙함보다 낯선 것을 선택했다
그것이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밴쿠버에 오기 전 근처의 렉센터와 캠프 등을 검색하여 메일링을 신청하고 사전가입을 해두었다. 렉센터는 우리나라의 구민센터와 비슷하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강좌를 저렴하게 들을 수 있고, 주로 수영, 스케이트, 테니스 등의 수업이 인기가 많다. 캠프는 보통 방학기간에 열리는데 인기 있는 캠프의 경우 경쟁률이 세기 때문에 등록기간을 미리 체크해야 한다. 겨울에는 스키캠프가 주를 이루고, 날씨가 좋은 여름에 보다 다양한 캠프를 접할 수 있다.
우리가 밴쿠버에 도착한 계절은 겨울이었기 때문에 오자마자 두 달간 주말 스키캠프를 등록하였다. 평일에는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주말에는 아침 일찍 스키를 타러 가느라 지칠 법도 한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든 게 처음이었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의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2시 50분. 우리는 부지런히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찾아다녔다. 스케이트, 축구, 짐내스틱, 수영, 태권도, 골프, 클라이밍과 같은 운동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뮤지컬, 교내 밴드 및 합창단까지. 그리고 도서관에서 하는 리딩버디, 코딩수업도 들었고 따로 영어독서수업도 꾸준히 참여했다. 이 많은 활동을 했음에도 시간이 여유로워 날이 좋으면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한국에서는 늘 부족했던 시간이 밴쿠버에서는 유독 넘치고 느리게 흘렀다. 돌이켜보면 그건 밴쿠버 사람들의 여유로운 생활태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학습진도를 나가는 것이 우선인 우리나라와 달리 밴쿠버에서 배우는 모든 활동은 ‘즐거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잘하고 못하고의 평가나 특정 진도를 목표로 서두르지 않고, 어딜 가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이 때문인지 아이들은 어떤 수업을 시도하던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보가 없다면 만들어나가면 된다
방과 후 활동을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어디서 수업을 들을지였다. 물어볼 곳도, 알려주는 이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배우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울 곳으로 아이들 학교와 가장 가까운 뮤직 스쿨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한국인 레슨선생님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이곳의 아이들이 배우는 수업이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뮤직스쿨은 이란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듣게 되었고, 이곳을 통해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모습과 그들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렉센터 수업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좀 더 전문적인 수업을 듣고 싶다면 사설전문교육기관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스케이트, 축구, 수영, 짐내스틱, 클라이밍 수업을 전문교육기관에서 들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경쟁을 기반으로 한 대회에서조차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짐내스틱 선수를 선출할 때도, 수영대회에 참여할 아이들을 모집할 때도 응시기준은 없었다. 그 덕분에 첫째는 수영대회에 두 번이나 도전할 수 있었고, 지금도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은 수영이라고 생각한다.
밴쿠버의 다양한 사교육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이곳에선 얼마나 잘하냐 보다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경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은 느리더라도 각자의 수준에 따라 즐기면서 배워나가길 바란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많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늘 밝고 에너지가 넘쳤던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밴쿠버가 틀리다고 단정 짓긴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