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다정한 봄이었다.

우울증을 극복한 후의 일상

by 류하리


그러는 사이에 봄이 왔다.
애타게 기다리게 하거나, 속이는 일 없이,
식물이나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다 즐거워하는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다정한 봄이었다.
-톨스토이


나는 오래 먹던 수면제를 끊게 되었다.

그동안 꽤나 길게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이다.

아침마다 먹는 작은 알약 하나가 아직 남아있지만

예전처럼 내 생활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우울증이 거의 나았다고 해서

인생이 거창하게 바뀐 것도 아니다.

여전히 걱정은 많고, 앞으로가 막막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가족들과 아침 인사를 밝게 나누고,

하루가 저무는 밤에도 서로의 안녕을 건넨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만으로 나는 충분하다.


나는 인생에서 봄이 자주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이 봄은 낯설다.

누군가는 하늘을 가릴 만큼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꿈꾸며,

그 아래서 행복을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봄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길가에 조용히 핀 개나리처럼, 작고 향긋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아주 포근해진다.


누구나 벚꽃을 꿈꿀 것이다.

또한 벚꽃이 피지 않은 자신의 삶을 보며 우울해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마주쳤다.

나 역시 아직 벚꽃을 마주하지 못했다.

언젠가 내 봄에도 벚꽃이 찬란하고 아름답게 흩날릴까?

그런 미래를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개나리를 마주치며 걷는 이 길,

이 순간만으로 참 소중하다.

어쩌면 이 노란색은 벚꽃보다 훨씬 영롱할지 모른다. 매번 짧게 져버리는 벚꽃과 달리

개나리는 좀 더 묵묵히 피어 길을 물들이고,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 길 위에서 나는 내 삶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조금은 낯설고 어설픈 이 봄을 만끽하는 자체로

개나리가 있는 이 봄이 나에게는 충분하다.

언젠가 벚꽃이 만개하는 날이 오면, 그땐 그날의 기쁨을 누리면 되겠지.

지금은 이 노란 봄을,

아주 천천히 걸으며 느껴보고 싶다.

이 작은 꽃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너의 봄은 이미 와 있어.


-


작가의 말.

우울증을 겪는 많은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봄을 맞이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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