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추픽추와 성스러운 계곡

남미의 자연과 정치 (6)

by 서초패왕

남미여행의 백미로 손꼽는 마추픽추로 가는 날, 비가 점점 거세진다. 가는 여정은 확실히 쉽지 않다.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를 떠나, 마추픽추와 가장 가까운 도시인 우루밤바에 여장을 풀고, 새벽 일찍 오얀따이땀보에서 이구아깔리엔테스행 기차를 탄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산을 계속 오르다 보면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입구가 드디어 보인다.


새벽부터 움직여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이 성스러운 유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적지에서는 우산사용이 금물이다. 우산살이 유적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전역 이후로 이런 판초 우의를 입는 게 참 오랜만이다.


진흙탕을 헤치고 올라가니 마추픽추의 전경이 안개 속에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한다. 날이 맑았으면 또 좋았겠지만, 구름과 안개 속에 숨어있는 우중(雨中)의 마추픽추도 절경 중의 절경이다. 구름과 비가 장소의 신비롭고 영험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IMG_8842.jpg?type=w773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2500미터 고산에 위치한 마추픽추는 정확히히 알 수는 없지만 군사도시의 성격이 강해보인다고 한다. 절벽위에 위치한 이곳은, 요새로서 기능하기 충분해 보인다.


정교한 석재가공, 수로제작 등으로 유추할 수 있는 잉카인들의 기술력이 놀랍다. 마추픽추는 1400년대 후반 경 지어져 그렇게 오래된 유적은 아니지만, 느낌상으로는 수천년전의 유적 같다. 아메리카에 문명이 꽃핀지가 4대문명 발상지에 비해 너무도 늦기 때문일 것이다.


실컷 구경하고 내려와, 점심으로 페루 특산 생선 요리인 셰비체와, 알파카 스테이크, 기니피그 피자 등을 먹었다. 알파카 고기는 소고기랑 비슷한 맛이나 괜찮았지만, 기니피그 고기는 기름도 많고 비위가 거슬려 많이 먹지는 못하였다.


마추픽추 방문 다음날은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갔다. 이 투어는 한국인 남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성계투어로 불리는데, 처음에는 왜 조선의 건국 시조 이성계를 이야기하나 의아했다. 진실을 알고 보니, 이제 점점 줄임말이 어색해지는 나이가 되는 것 같아 조금 슬퍼진다.


IMG_8949.jpg?type=w773


성스러운 계곡은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이어지는 계곡을 말하는데, 투어 상품은 주로 잉카인의 염전인 살리네라스, 농업시험장 모라이, 농경지 삐삭 등을 방문한다.


IMG_8887.jpg?type=w773


전날 비가 많이 와서인지, 염전의 상태가 딱히 좋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염전으로 가는 안데스 산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여기저기 겨자 꽃이 피어있었고, 산을 이루는 암석들의 색 띄로 이어져있어 무지개 같은 모습이다. 비니쿤카가 무지개산의 대표이기는 하나, 쿠스코 주변 산들은 정도는 약할지언정 무지개산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이다.


IMG_8934.jpg?type=w773


잉카인의 농업 시험장인 모라이에 대한 가이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잉카인들은 원형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모라이에서 낮은 지대부터 한층 씩 식물을 옮겨 심으며 식물을 고산지대에 적응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배된 작물의 양은 수도 쿠스코로 보고되었는데 실을 꼬아 만든 주판에 재배량이 기록하여 황제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실 주판의 색은 옥수수는 노란색, 감자는 갈색 등으로 작물의 색에 맞춰서 표현되었다는데 어딘가 귀엽다.


IMG_8899.jpg?type=w773


keyword
이전 05화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