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1)
유럽에 도착한지 10여일만에 우리는 본격적인 동구로 향하게 되었다. 헝가리. 이질적인 아시아계 마자르족의 나라.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정말 기대되었다. 하지만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우리가 체크아웃을 할때, 잘츠부르크에서 만났던 ‘학군단 그만둔 형’을 다시 만났다. 그 형은 부다페스트에서 빈으로 돌아와 움밧에 체크인을 하는 중이었다. 자신은 부다페스트가 너무 좋아 4일을 있었다는 것이었다. ‘골목 구석구석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형님과 헤어지면서 우리는 이때 윤아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윤아는 1학기를 마친 후 바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불란서로 와서 샹젤리제 거리에서 모자를 팔았다고 한다. 그때 모은 돈으로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혼자 여행한다고 하였다. 어린나이지만 대단하였다. 그녀는 니스와 모로코는 꼭 가야 한다며 우리에게 추천하였다. 브라쇼브까지 동행한 후 그녀는 불가리아, 터키, 시리아를 거쳐 이집트에서 환국할 예정이라고 말해주었다.
기차에서 2시간쯤 지났을까 슬슬 동구라파의 정취가 묻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종범이는 동구의 풍취에 빠진 듯 했다. ‘오오 동구로 오길 너무 잘했어’ 이러면서 여행일정을 잡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밭에서부터 협동농장의 기운이 물씬 넘치고 있었다. 부셔져 가는 트렉터, 무너져가는 곡식 창고 등 동구라파 그 자체였다.
우리는 부다페스트 역에서 가장 가까운 만나라 호스텔에서 여장을 제거한 후 본격적으로 부다페스트를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영웅광장, 그 유명한 헝가리 국회의사당 등을 돌아보았고 종범이의 요구대로 온천에 가서 몸을 식혔다. 종범이는 나이에 맞지 않게 노인네처럼 온천에 가서 쉬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나도 유럽의 온천이 있다는 게 신선하여 마지못해 가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의 온천만큼 뜨거운 온천이 아니었다. 그냥 미지근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노천탕이 식은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