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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Intro

남미의 자연과 정치 (1)

by 서초패왕

직장에 근속기간을 채우면 2주의 Refresh 휴가를 부여하는 제도가 새롭게 시행되어, 설 연휴 뒤에 휴가를 붙여 약 3주간의 유급 휴가를 가게 되었다. 8년의 직장생활에서 전례가 없던 긴 휴가를 쓰는 것이다.


3주의 휴가를 가장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은 아무래도, 남미로 떠나는 것이다. 작년 멕시코와 러시아를 다녀오며, 장거리 비행에 대한 두려움이 극복된 덕택에 편도 30여 시간의 남미행이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남아공에서 빅토리아 호수로 이어지는 남아프리카 여행도 선택지로 고려했으나, 역시나 남미가 먼저였다. 남아프리카 여행은 자연경관만이 주를 이룰텐데, 남미에서는 자연 경관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남미만의 독특한 정체성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디오·라틴 백인·흑인 등이 조화롭게 섞여있는 남미의 메스티소 정체성은, 국가마다 조금씩 비율을 달리하며, 각기 다양한 문화를 만들었다. 페루와 볼리비아는 인디오의 비중이 높은 반면,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이고, 브라질은 타 남미국가와 달리 상대적으로 흑인비율이 높다.


이러한 각국의 정체성은 자연 환경의 차이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안데스 고산지대에 위치한 페루와 볼리비아는 외지인의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지중해성 기후의 대평원에 위치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는 유럽과 유사한 기후와 지형으로 인해, 유럽인의 폭발적인 이민으로 이어졌다. 또, 브라질은 아마존 열대우림 등 기타 남미 국가와 완전히 다른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20대 초반, 고 이성형 교수의 라틴아메리카 인문 여행기를 읽은 이후, 남미 문화에 심취하여 그 분의 저작 을 비롯하여 국내의 라틴아메리카 연구서를 독파한 바 있다.


인족의 용광로이자, 문화적 다양성의 보고인 라틴아메리카의 정치·경제 후진성의 이유는 무엇일까? 왜 앵글로 문화를 이식한 미국과 캐나다 호주는 안정적인 민주정체를 유지하며 번영을을 구가하는데, 스페인·포르투갈 등 라틴 문화를 이식한 남미는 여전히 후진적인 현실 정치 속 빈곤에 시달리는 것일까.


질문의 답까지 알게 되면 좋겠으나, 거기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남미 열국에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답사하고 싶었다. 하여, 나는 2024년 여름의 멕시코 여행에 이어, 2025년 벽두부터 남미 여행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효율적인 여정을 위해, 절반은 자유여행으로 절반은 투어 상품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충분한 기간이 있다면, 비행기 지연 및 일정 변동까지 고려하며 넉넉한 개인여행을 할 수 있었겠지만, 도시가 아닌 대자연(안데스 고산·우유니 사막·이과수 폭포 등)에 오차없이 도착해 관람하기 위해서는 투어상품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정적이라 판단하였다.

여행기간, 남미의 정치와 문화 대해 고찰하고, 대자연에 압도되는 경험을 하였다. 또한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며, 여행에 대해서, 그리고 나의 업과 인생에서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보통 9일의 휴가가 끝날 때쯤이면, 한국에 돌아가고 싶고 출근이 그리워졌는데, 이번 휴가 일정은 3주나 되었음에도, 마지막 여행지인 브라질에 그대로 남아있고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 정도로 한국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여정을 정리하는 지금, 다시 또 남미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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