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Nov 24. 2024

비누는 온수보일러 가동

“춥다.애미야~”


가을 끝 겨울 시작.

그 좋던 가을날은 순식간에 겨울로 들어섰다.


비누는 독립적이어서 몸에 치대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자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집 애들은 모두 똑같다. 야속한 녀석들.)

이른 새벽 들여다보면 저녁에 덮어준 이불을 다시 덮지 않고 자고 있다.

전엔 혼자서도 잘 파고 들어가 신기하게 온몸을 이불로 돌돌 감고 잤다. 그 모습은 정말 진기명기였다. 이젠 그러기가 귀찮은 건지 그럴 기운이 없는 건지..

밤새도록 계속 이불을 덮어주기 어려워 아가들에게 수면 잠옷을 입히는 것처럼 비누도 따뜻한 잠옷을 사줘야 할 것 같다,


어릴 적 주택의 마당에서 크던 우리 집 강아지 뽀삐는 겨울이면 집안에 알록달록한 밍크담요를 넣어주고, 더 추워지면 현관 안으로 집을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거실의 밤기온이 떨어지는 게 무슨 대수냐 싶다.

앗! 이런 라떼는 꼰대스럽다.


여러 가지 보온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침대에서 함께 자면 좋은데 비누는 밤에 안 보이는 눈으로 배변패드를 찾아가는 일이 걱정인지 편히 잠들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비누는 백내장으로 눈이 점점 보이지 않고 있다.  몸에 밴 기억으로 찾는 집이나 배변 패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나 익숙한 집안의 가구 위치를 바꾸는 것은 강아지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어서 좋지 않다고 한다.


지난주엔 비누의 주기적인 미용날이어서 빡빡이가 되고 보니 비누가 더 추워 보인다.

새벽녘에 이불을 다시 덮지 못하고 웅크리고 자는 비누를 보면 내 마음이 춥다.

작년 겨울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역시 따뜻한 보온물통이 최고다.

물을 팔팔 끓여 물통에 담고 지난번 산 목욕가운으로 한 번 더 감싼다.

물통을 옆에 놓아주면 비누는 어느새 하얀 인절미 찰떡처럼 녹아붙는다.


“애미야, 춥다! 온수 보일러를 돌려라!”


“물통 해주세요!”
껴안고..머리에 베고..
이불속에 물통과 함께 찹쌀떡이 되는중~
애미야, 딱 좋다!
온수 보일러가 최고!

집안 단속은 했으니 이제 산책을 간다.

산책은 혹한이 오기 전까지 꾸준히 계속한다.

그래야 겨울이 되어도 계속 산책할 수 있도록 몸이 날씨에 서서히 적응이 된다.


나가기 전 비누에게 패딩을 단단히 챙겨 입히는데

작년에 입던 옷이 또 커졌네..

왜 해마다 옷이 자꾸 커지는 걸까?


패딩 입고 산책 가요~
마지막 잎새를 보아요
비누야,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이야기 해줄까? 싫어?
산책로엔 가을 냄새가 가득해요.
엄마랑 둘이서 랄랄라~
산책로엔 점점 해가 가득해져요.
집에 들어가기전 아쉬운 가을을 한번더 돌아보아요
언제나 함께보는 집앞 하늘
산책후엔 발씻고, 꿀잠~


엄마랑 비누랑

둘이서 랄랄라~

우린 해가 쨍한 한낮에 산책을 가요.

아직 가을이 조금 남았어요.

어쩌면 다음 주엔 첫눈이 올 것 같아요.

by. Binoo




비누의 특별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