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애미야~”
가을 끝 겨울 시작.
그 좋던 가을날은 순식간에 겨울로 들어섰다.
비누는 독립적이어서 몸에 치대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자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집 애들은 모두 똑같다. 야속한 녀석들.)
이른 새벽 들여다보면 저녁에 덮어준 이불을 다시 덮지 않고 자고 있다.
전엔 혼자서도 잘 파고 들어가 신기하게 온몸을 이불로 돌돌 감고 잤다. 그 모습은 정말 진기명기였다. 이젠 그러기가 귀찮은 건지 그럴 기운이 없는 건지..
밤새도록 계속 이불을 덮어주기 어려워 아가들에게 수면 잠옷을 입히는 것처럼 비누도 따뜻한 잠옷을 사줘야 할 것 같다,
어릴 적 주택의 마당에서 크던 우리 집 강아지 뽀삐는 겨울이면 집안에 알록달록한 밍크담요를 넣어주고, 더 추워지면 현관 안으로 집을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거실의 밤기온이 떨어지는 게 무슨 대수냐 싶다.
앗! 이런 라떼는 꼰대스럽다.
여러 가지 보온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침대에서 함께 자면 좋은데 비누는 밤에 안 보이는 눈으로 배변패드를 찾아가는 일이 걱정인지 편히 잠들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비누는 백내장으로 눈이 점점 보이지 않고 있다. 몸에 밴 기억으로 찾는 집이나 배변 패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나 익숙한 집안의 가구 위치를 바꾸는 것은 강아지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어서 좋지 않다고 한다.
지난주엔 비누의 주기적인 미용날이어서 빡빡이가 되고 보니 비누가 더 추워 보인다.
새벽녘에 이불을 다시 덮지 못하고 웅크리고 자는 비누를 보면 내 마음이 춥다.
작년 겨울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역시 따뜻한 보온물통이 최고다.
물을 팔팔 끓여 물통에 담고 지난번 산 목욕가운으로 한 번 더 감싼다.
물통을 옆에 놓아주면 비누는 어느새 하얀 인절미 찰떡처럼 녹아붙는다.
“애미야, 춥다! 온수 보일러를 돌려라!”
집안 단속은 했으니 이제 산책을 간다.
산책은 혹한이 오기 전까지 꾸준히 계속한다.
그래야 겨울이 되어도 계속 산책할 수 있도록 몸이 날씨에 서서히 적응이 된다.
나가기 전 비누에게 패딩을 단단히 챙겨 입히는데
작년에 입던 옷이 또 커졌네..
왜 해마다 옷이 자꾸 커지는 걸까?
엄마랑 비누랑
둘이서 랄랄라~
우린 해가 쨍한 한낮에 산책을 가요.
아직 가을이 조금 남았어요.
어쩌면 다음 주엔 첫눈이 올 것 같아요.
by. Binoo